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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한-중앙아 간 희소금속 관련 협력 현안 및 향후 협력 방안

  • 작성자 김범성
  • 등록일 2023.12.01

-중앙아 간 희소금속 관련 협력 현안 및 향후 협력 방안

- 우즈벡을 중심으로

 

김범성(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우리나라에서는 존재량이 적거나 추출이 어려운 금속자원 가운데 현재 산업적 수요가 있거나 향후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3656개의 금속 원소로 희소금속을 정의하고 있다. 일부 자원 보유 국가가 희토류(희소금속 중 17개 원소) 수출량을 조절하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는 '무기화'에 대응하여 희소금속 공급망 안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사실 COVID-19 팬데믹 발생 전까지는 글로벌 공급망은 자원에서부터 최종 제품까지 국가별 역할 분담이 최적화되어서 안정적이었다. 최근의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적 경쟁과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원자재에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를 가진 국가에서는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전자통신 등의 분야 등 산업 분야 전반에 걸친 수급 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희소금속소재산업 발전대책 중 범정부적인 지원체계 구축 일환으로 한국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를 설립했다. 국내 희소금속산업구조가 국외 의존형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향후 지속 가능한 제조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순환 산업구조가 요구됨에 따라, 산업을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육성할 중심기관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었다. 센터의 설립 목적은 희소금속자원 비축, 소재화, 순환기술개발 및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공동연구기반 추구 및 기술개발이다. 센터에서는 전략희소금속선정 및 핵심원천기술과제 발굴을 위한 기술개발 로드맵 수립 및 희소금속 자원의 자립화를 실현하기 위한 종합정책 수립 등이 진행되어 왔다. 현재까지 센터는 희소금속 시험/분석 기반 및 관련 인프라 지원, 산업인력 및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기술교류를 위한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국회는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소부장 품목 중 특정국 수입 의존도가 높거나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품목을 공급망 안정품목으로 선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 기술개발, 생산시설 구축, 수입선 다변화, 해외 인수·합병 등 우리 기업의 공급망 대응역량 강화에 필요한 지원 근거도 담았다.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EWS) 구축·운영 근거, ‘소재·부품·장비산업 공급망센터국가희소금속센터지정 등 공급망 분석 및 대응 인프라 강화 조치도 반영하여 올해 12월 중순에 설치가 완료될 예정이다.

 

공급망 문제의 개선 방안으로 희소금속 비축’, ‘재활용 기술개발’, ‘희소금속 저감 및 대체 기술 개발등이 제안되고 있으나, 가장 직접적인 해결방안은 공급망의 다변화이다. 이러한 공급망 다변화에 있어 중앙아시아는 중요한 지역이다. 중앙아시아는 희소금속 자원이 풍부하고 우리나라와 국가간 협력을 통해 희소금속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기회가 많은, 주로 러시아 근처 국가들로 이루어진 신북방지역이다. 중앙아시아의 대표적인 광업 국가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은 과거 폐쇄 국가에서 개방과 투자유치 전략으로 방향성이 바뀌어 가고 있어 자원 다소비 국가들에게 공급망 다변화의 기회 국가가 되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중앙아시아의 자원개발 환경은 긍정적이진 않다. 자원규모는 크지만 새로운 광구들을 개발하는 데 대부분 높은 비용이 소요되고, 국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관련 법과 제도가 불안정한 요소를 가지고 있어 투자 위험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바다가 없는 중앙아시아 지역과 부피가 크고 중량이 높은 원광의 물류에 특히 어려움이 있어, 상업적 측면보다는 자원 안보적 관점의 공급망 다양화 방안으로 중앙아시아의 희소금속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중앙아시아의 국가 중에서도 우즈베키스탄과 희소금속 공급망 확대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협력은 -중앙아 간 희소금속 협력의 상징적인 사례로 판단된다. 올해 양국은 수교 31주년이 되었으며, 1992년 이후 20여 차례에 걸친 최고위급 회담 추진 등을 통해 협력을 위한 탄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해 농기계, 에너지, 플랜트와 발전소 건설 같은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 전자, 통신, 금융 등 910여개의 한국 기업이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해 있다. 희소금속의 경우 우즈베키스탄은 텅스텐 매장량 세계 6위 국가이자 몰리브덴 등 핵심 광물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과거 소련 시대부터 중앙아시아 모든 지역의 광상 조사 내용과 지질도면 등 중요 지질자원 정보를 보유·관리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우즈벡 대통령 직속 기관이었던 국가지질자원위원회는 2023년 개각을 통해 광물지질부로 승격되어 우즈벡의 주요 광물과 소재를 생산하는 나보이광업공사와 알말릭광업공사를 부처가 관리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 5개국의 지질자원 디지털 자료 데이터베이스(DB)’화를 진행해온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약 5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23년 하반기부터-우즈벡 희소금속센터 파일롯 생산라인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94월 개소한 -우즈베키스탄 희소금속센터를 거점으로 우리나라는 희소금속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우즈베키스탄은 고부가가치 희소금속 소재부품을 산업화하는 상생 협력을 도모해 왔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기 이전부터 한국은 신북방 제조 공급망 구축 등 새로운 공급망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해 왔다. 우즈베키스탄도 안정적 공급처 발굴 및 제조 가치사슬 형성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이 글로벌 제조 환경에서 자국 입지 구축에 필요했고, -우즈벡 양국에 도움이 되는 협력 방안의 도출이 가능했다. 우즈베키스탄은 AGMK (알말릭광업공사, Almalyk Mining and Metallugical Combine)NGMK(나보이광업공사, Navoi Mining and Metllugical Combine)이라는 2개의 국영 독점기업에서 자력으로 생산 근대화를 통해 자원을 생산하고 있다. 알말릭광업공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유일하게 구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은의 90%, 20%를 생산하고 있으며, 2020년에 총 235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직접적인 기여만으로도 우즈베키스탄 총 GDP의 약 1.8%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나보이광업공사는 우즈베키스탄의 우라늄 수출을 독점 관리하고 있으며, 금 생산의 85%를 차지하는 세계 10대 금 생산기업이다. 알말릭광업공사와 나보이광업공사는 이외에도 광물자원, 건설·설비, 방직·방적, 귀금속 등의 사업 분야에 진출해 있다.

 

우리나라와 희소금속 공급망과 관련된 알말릭광업공사는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내부 인프라를 갖춘 통합 광산-선광기-제련소 사업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36,000명 이상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고, 60년 이상 운영 중인 우즈벡 최대 및 중요 산업 기업이다. 광산 관리국 5, 선광기 5, 야금 공장 2개에서 구리 음극, , 은 및 아연 금속과 기타 금속을 생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구리 파이프, 와이어 로드, 몰리브덴, 셀레늄, 텔루륨, 페레늄산 암모늄의 레늄, 텅스텐 등을 생산하고 있다. 부가적으로 알말릭광업공사는 내화제와 같은 세라믹 제품도 생산하여 자사의 공장에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알말릭광업공사의 상용화 제품을 고려한 파일롯(준생산) 시험설비 구축을 지원하고 공급망 위기 시 최우선적으로 해당 희소금속을 공급받는 방식의 협력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산 설비의 공급, 국제공동연구, 석박사급 전문 인력양성, 전문가급 정보교류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추진을 통해 창출될 수 있는 편익은 비용 대비 약 1.27배 수준으로 분석되어 수혜국에서 투입 비용 대비 큰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양국 간의 신뢰감 형성,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 글로벌 인지도 향상 등은 반영한다면 간접적으로 창출되는 파급효과는 훨씬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희소금속의 공급망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전 세계적 경제 상황임을 인지해야 한다. 적은 양이라도 수요의 총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나라와 협력체계를 정밀하게 구축해야 하는 것이 이유이다. 우리나라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안으로는 각각 다른 경제환경에 있는 희소금속 자원 보유 국가를 설득할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의 사례와 같이 각각의 나라의 경제환경을 반영한 전략을 먼저 제시하여 양국이 모두 사회적 경제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묘안들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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