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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여제 캄보디아댁 - 스롱 피아비

한국 속의 아세안
당구 여제 캄보디아댁,
한 큐에 담은 선한 영향력
 

스롱 피아비(Sruong Pheavy)

 
캄보디아 특급, 한국의 당구 여제 스롱 피아비 씨는 현재 대한민국 여자 3쿠션 최강자로 활약하는 동시에 
다문화가정을 위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살림은 내가 할 테니 너는 당구를 배워보는 게 어때?” 곧은 자세, 빛나는 집중력. 큐대를 잡은 피아비 씨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한 건 남편 김만식 씨였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남편을 따라 당구장에 갑니다. 그곳에서 처음 큐대를 잡은 순간, ‘좋아하는 동시에 잘하는 일’을 찾게 됩니다. 남편의 외조와 함께 3만 원짜리 큐대로 매일 12시간이 넘는 연습을 시작한 그녀는 입문한 지 불과 5년 만인 2016년, 프로로 데뷔해 각종 상을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름 앞에 흔히 ‘당구 여제’라는 수식어가 붙는답니다.

   최근 그녀는 지금껏 모아온 상금과 후원금으로 학교 부지 3천 평을 샀습니다. ‘고향인 캄보디아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겠다’는 소망에 한 발짝 다가선 것입니다. 피아비 씨의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해 연맹이 없던 캄보디아에 캄보디아당구연맹이 창설됐고, 당찬 그녀를 따라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갑니다. 그녀가 보여주는 선한 영향력은 늘 그 바탕에 캄보디아를 향한 애정과 한국에 대한 감사를 품고 있습니다. 모국과 새로운 터전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 살아가는 피아비 씨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서사가 됩니다.

 

Q. 지난 2월 25일, PBA와 KBF가 아마추어-프로 상생협약을 맺었다는 기쁜 소식이 있었습니다. PBA 선수들이 다른 국내외 대회에 참가하고, 연맹 선수들이 PBA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이 드디어 열렸는데요. 피아비 씨도 요즘 대회를 준비하느라 많이 바쁘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A.이번 상생협약을 맺은 후 PBA 팬분들께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어느 선수나 마찬가지겠지만 연습도 실전처럼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2016년도에 프로로 데뷔한 후 각종 대회를 휩쓸고 다닐 때, 정작 캄보디아에 당구연맹이 없다는 이유로 국제대회 출전은 어려웠었죠. 소식을 들은 캄보디아 훈센 총리의 아들이 관심을 보였고, 2018년 6월 캄보디아당구연맹이 만들어졌어요. 정말 대단한 일인데요, 그때 기분이 어땠나요? 

A.정말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도와주신 분들이 너무나 많아 따로 언급은 못 하겠어요. 저 혼자의 힘으로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캄보디아 국민의 희망이 되라는 뜻이자 한국분들의 성원이 이런 좋은 일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Q. 피아비 씨 덕분에 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꿈을 키워가는 캄보디아 어린이들이 많이 생기고 있어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 힘든 일이 정말 많을 거에요. 하지만 체력적 한계와 인내가 필요한 게 스포츠인의 기본소양입니다. 바가바드기타(힌두교 3대 경전의 하나로 꼽히는 철학서)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행동해야 하는 시기엔 의심을 버려야 해요. 항상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Q. 작년 프놈펜에서 열린 한국-캄보디아 경제포럼 행사에 초청받아 참석하셨죠. 한국과 캄보디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인물로 피아비 씨가 선정된 셈이에요. 

A. 행사 내내 생각했습니다. ‘이 자리에 내가 서게 된 의미는 좀 더 뜻 있는 삶을 살라는 누군가의 격려다.’ 언제나처럼 떨리는 감정을 설렘이라 여기고 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항상 뒤에서 응원해주던 남편도 너무나 자랑스러워했고 저 역시 정말 행복했어요. 

 

Q. 당구경기와 관련해 징크스 같은 것이 있나요?

A. 당구는 정신력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역인 저의 징크스를 말하는 건 제 약점을 밝히는 것 같아서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전 경기 당일엔 누군가와 이야기하지 않아요. 혼자 차에 있다가 경기 시간에만 나가서 경기하고 다시 차로 와요. 마인드 컨트롤을 계속하면서 출전해야 지더라도 후회되지 않더라고요.

 

Q. 작년에 방영된 ‘인간극장’에서 남편분이 “피아비가 인쇄소 일을 하고 내가 당구만 배웠으면 더 잘했을 거다” 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당연히 농담이었겠지만 남편의 도발에 대한 피아비 씨의 솔직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A. 남편이 인쇄소 일을 도맡아 하고 저는 당구만 쳤어요. 덕분에 하루 대부분을 당구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있었어요. 게다가 남편에겐 당구를 잘하는 친구가 많았고, 그렇다 보니 ‘맹모삼천지교’처럼 주변 환경이 절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준 것 같아요. 투지와 열정이 있다면 남편은 물론, 누구나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피아비 씨는 정말 친화력이 좋은 것 같아요. 한국에 와서 주변 분들과 서먹했던 시절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한국의 가족들, 또 당구 관계자들과 어떻게 서로 가까워졌는지 비결이궁금합니다. 

A. 처음엔 저도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가장 큰 이유는 ‘언어의 장벽’이었죠.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럴 때마다 남편이 옆에서 제 의도를 정확히 알아채 전달해줬어요. 남편을 중간다리로 두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사람들과 친해졌고 그들 역시 저를 위해 제 이야기를 들어주었어요. 제 친화력이 좋다기보다는 운 좋게 제 주변이 전부 좋은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Q. 본인이 엄청난 연습벌레로 유명하다는 거 아시나요? 그래도 사람인지라, ‘아 오늘만큼은 진짜 연습하기 싫다’ 하는 날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날은 어떻게 하시나요?

A. 평소에 혼자 상상을 해요. 제 큐 한 번에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 제가 우승하는 모습, 그리고 가족들이 행복해하는 모습. 그런 상상을 하면 스스로가 꽤 멋지다고 여겨져요. 그래서 1시간 더, 2시간 더, 3시간 더 하게 돼요. 그런데도 연습을 하기 싫은 날이 있다면 경기를 한 날입니다. 너무 피곤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나보다 잘하는 그 누군가는 오늘도 연습을 하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당구장으로 향합니다.

 

Q. 저는 남편 김만식 씨가 몇 년 전 피아비 씨에게 “살림은 내가 할 테니 당신은 당구를 배워보는 게 어때?” 라고 제안했다는 말이 굉장히 로맨틱하게 들렸어요. 피아비 씨가 지금껏 남편분께 들었던 말 중 가장 좋았거나 기억에 남는 말은 뭔가요?

A. 제가 TV 속 캄보디아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어요. 그때 남편이 말했어요. “당신은 당구 실력으로 저들을 도울 수 있어. 내가 도와줄게.” 그 이후 전 정말 당구만 쳤고, 어느 순간 정말로 그들을 돕고 있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다하던 그 모습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Q. 한국 가족들에게 소개하고픈 캄보디아의 멋진 볼거리를 꼽자면요? 또 가장 좋아하는 캄보디아 음식이 궁금해요. 

A. 캄보디아 하면 ‘앙코르와트’가 유명합니다. 저는 앙코르와트의 벽에 새겨진 전설과 수많은 이야기를 보며 감동을 받습니다. 또한 저는 캄보디아의 과일 '용과'를 좋아합니다. 용과는 속이 빨간 것과 하얀 것 두 가지가 있는데 맛이 다릅니다. 저는 두가지 중에서도 빨간 것을 좋아합니다. 딸기와 비슷한 식감에 수박의 수분기를 머금었다고 하면, 상상이 가시나요?

 

 Q. 모국인 캄보디아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다고요.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은가요?

A. 우선 한국에서 ‘다문화 당구 아카데미’, ‘당구부’ 등의 활동을 통해 희망을 키워가고 싶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좋게 발전하면 모국에 학교를 짓는 것이 꿈으로만 끝나진 않을 겁니다. 그곳에선 당구를 주로 가르치겠지만, 당연히 언어 학습 과정도 필요합니다. 영어, 한국어 등을 배운 아이들이 서로 다른 문화권과 소통할 수 있게 되면 새로운 문화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저는 작은 일을 열심히 해서 큰일을 하는데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Q. 부산에 있는 ‘아세안문화원’은 캄보디아를 포함한 아세안 10개국의 문화, 소식 등을 한국에 알리고 국가 간 소통하는 데 힘쓰고 있어요. 아세안문화원이 캄보디아에 관해 소개해 줬으면 하는 내용이나,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A. 캄보디아의 ‘정’을 소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듯, 한국 못지않은 ‘정’의 나라가 캄보디아랍니다. 또, 아세아문화원에 바라는 점보단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국가 간의 소통에 힘써주시는 것,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너무나 감사합니다.

 

Q. 피아비 씨 외에도 한국이나 타국에서 생활하는 캄보디아 사람들, 또 아세안인들이 많아요. 끝으로 이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저도 다문화 가족입니다. 이제 우리의 2세들이 생겨나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한국에 정착하고 있는 많은 다문화인이 이제는 도움을 받던 자리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무슨 일이든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면서 발전해가길 바랍니다. 소망 가운데 희망이 있으니 충분히 꿈꾸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