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제주 생활]노을 그리고 바다
2018년 7월에 제주에 내려와 제주 생활에 적응해갈 때쯤이던 어느
가을날이었다. 그날은 선배와 제주 동쪽 멀리 가보기로 한 날이었다.
섭지코지에 도착해 한 바퀴 도는 동안 수평선이 유난히 잘 보이는 바다를
보며 눈을 떼지 못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표선 해안도로를 지나며
노란 노을빛 하늘을 보면서 ‘노을이 이렇게 예쁘구나’라는 걸 느꼈다.
온종일 옆에서 운전해주신 선배에게 “와, 노을 진짜 예뻐요!”라는 말을
계속 반복했던 것 같다. 평소 퇴근 무렵에도 종종 노을 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 어느 날은 야근하던 중 빨간 노을이 보여 청사 2층 테라스로
뛰어나가 한참 하늘을 바라봤던 날도 있었다.
매일이 다른 제주 바다와 노을을 보기 위해 최근 차크닉 용품들을
구입했다. 주말마다 비가 오고 거센 바람까지 부는 바람에 제대로 시도해본
적은 없지만, 아침 일찍 김밥을 사 들고 강정포구 근처 바닷가 앞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차크닉을 즐겼다. 바다를 좋아하긴 하지만
바닷가 풍경을 그토록 오랫동안 바라본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바다를 보고 있노라니 내 걱정거리들이 파도에 실려 가기라도 한 것처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제주에 오기 전엔 하늘, 산, 나무와 같은 자연을 보면서 특별히 감동하거나
아름답다고 느꼈던 기억이 없다. ‘건물 사이로 보이는 노을이 아닌, 사람이
많은 해안가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제주라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20대 초반에 선배님들로부터 들었던 “나이 더 먹으면 자연이
아름답게 보일걸. 너도 나이 들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된다. 어려서 잘
모르는 거야.”라는 말이 이제야 와닿는 걸 보면 나도 이제 어른이 된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글 박효정 경영관리부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