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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콘텐츠] 메타버스 시대의 K-팝과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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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시대의 K-팝과 공연

황서이(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3차원 가상 세계(virtual worlds)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metaverse)’가 화두로 떠올랐고, 이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콘텐츠에 다양한 형태로 스며들었다. 특히 일상 회복 단계에서 새로운 음악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신기술(VR, XR, AI,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공연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면서 ‘가상-현실 K팝 아티스트’, ‘버추얼 아이돌(Virtual Idol)’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가상-현실’을 연계하기 위해 실제 아이돌이 VR, XR, AI 등 신기술로 부캐를 제작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K-팝 공연 등을 펼쳤다. 이와 함께 실제 사람이 VR, 모션 캡처 등 특수장비를 활용해 자신의 가상 세계 아바타를 제작해 방송을 진행하는 ‘버추얼 유튜버(Virtual Youtuber, VTuber)’, ‘버추얼 스트리머’, ‘버추얼 BJ’ 등도 등장했다. 한편 국내 버추얼 시장은 2D 캐릭터를 좋아한 팬들로부터 서서히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이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버추얼 아이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메타버스와 K-팝이 융합한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형태로 진화했다.

초기 버추얼 아이돌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로 이루어진 ‘K/DA’나 걸그룹 ‘에스파(æspa)’의 세계관 속에 등장하는 ‘æ-æspa’, ‘이세계아이돌(이하 이세돌)’ 등으로 존재했다. K/DA, æ-æspa 등은 버추얼 아이돌 자체의 인기보다는 기존의 게임을 했던 팬덤이나 현실 아이돌의 인지도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세돌은 데뷔와 동시에 음원 1위를 달성하면서, 온전한 버추얼 아이돌만의 저력을 발휘해 대중적 흥행을 거뒀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버추얼 아이돌의 잠재력과 확장 가능성이 입증되면서, 가상-현실 K-팝 아티스트들이 대거 등장했다. 게임 회사로 잘 알려진 넷마블에프엔씨의 자회사인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함께 제작한 버추얼 아이돌 ‘메이브(MAVE:)’, SM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나이비스(nævis)’, 펄스나인(PULSE9)이 구현한 ‘이터니티(Eternity)’를 비롯해 버추얼 보이그룹으로 ‘레볼루션 하트(Revolution Heart)’, ‘플레이브(PLAVE)’ 등이 있다. ‘슈퍼카인드(SUPERKIND)’는 실제 인간과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으로 구성됐다. 이밖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버추얼 걸그룹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소녀리버스(RE:VERSE)’를 통해 5인조 버추얼 걸그룹 ‘피버스(Feverse)’를 탄생시켰고, 메이브와 플레이브는 공중파 음악 방송 무대에 출연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버추얼 아이돌의 등장은 K-팝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K-팝의 영향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은 그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이자 버추얼 아이돌 IP(Intellectual Property)를 기반으로 웹툰, 웹소설, 영상, 게임 등과 같은 다양한 장르로 확장할 수 있다. 또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 공간으로도 자연스레 활동 범위를 넓혀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일례로 메이브는 그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카카오웹툰 ‘MAVE: 또 다른 세계’를 공개했고, 넷마블 게임 등을 통해 메이브 세계관과 연결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메이브는 K-팝 중심으로 IP를 확장해 새로운 콘텐츠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며, 글로벌 팬층을 확보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버추얼 아이돌을 향한 대중의 반응은 놀라움과 함께 현실성 부족,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등의 부정적 시선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제작사들은 관련 기술을 방송가에 안착시키는 과정이라고 언급한다. 한편 메이브와 나이비스 등은 더욱 완벽한 비주얼과 움직임, 실력을 갖추고 주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 VR, XR, AI 등 기술의 고도화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닌 세계관의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며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선 노력들이 향후 K-팝 전반에 걸쳐 더욱 탄탄한 경쟁력을 형성해 메타버스 시대의 K-팝 공연에서 버추얼 아이돌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길 기대한다.

※ 본 기사는 전문가 필진이 작성한 글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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