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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 건축가 일제 파크로네(Ilze Paklone) 인터뷰 “사실 누구나 건축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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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 건축가 일제 파크로네(Ilze Paklone) 인터뷰
“사실 누구나 건축을 알고 있습니다.”

유럽 북동부 발트해에 자리한 라트비아는 지난해 독립 100주년을 맞았고, 이를 기점으로 자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주한라트비아대사관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함께 ‘라트비아, 융합의 건축’ 전시를 열었습니다. 이를 맞아 방한하여 라트비아 건축 문화에 대한 특별 강연을 진행한 젊은 건축가 일제 파크로네 박사를 만났습니다. 그에게서 건축이 담고 있는 라트비아의 역사와 정체성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첫 방문이신가요? 이번 방한에 어떤 목적과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네, 맞습니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에요.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주한라트비아대사관이 5~6월에 개최한 「라트비아. 융합의 건축」 전시 때문에 왔고, 약 1주일간 체류했습니다. KF갤러리에서 라트비아 건축과 디자인, 도시 문화와 역사, 예술 전반에 대해 강연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도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머물렀지만, 서울의 거리를 걸으며 새로운 도시 풍경을 접할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KF갤러리에서 열린 「라트비아. 융합의 건축」 전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목 그대로 라트비아 건축이 갖고 있는 ‘융합’이라는 큰 특징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역사 속에서 라트비아 문화가 받았던 영향들이 현대 건축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여주는데요. ‘원형의 발전’, ‘상징의 전승’, 화합’ 등 전시가 갖고 있는 10개의 키워드가 여러 건축 사진을 통해 드러납니다. 물론 단순히 건축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을 넘어, 디자인과 예술, 역사와 문화까지 아우르는 전시입니다. 특히 지난 25년 동안 새롭게 지어졌거나, 복원·재건축된 건축물들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아직도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요. 전시를 관람하는 분들이 어떤 부분을 눈여겨본다면, 좀 더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고, 관심을 갖는 분야도 다르니 각자가 느끼는 대로 열린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특정한 가이드나 힌트를 드리고 싶지는 않네요.(웃음)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라트비아와 한국의 역사가 타임라인으로 정리된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두 나라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과 변화, 그 흐름이 재미있었어요.



라트비아 건축이 가진 특징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라트비아와 수도 리가에는 목조 건물이 굉장히 많습니다. 정확한 숫자를 말할 수는 없지만, 리가 시에만 4천 개 이상의 목조 건물이 있어요. 네오 양식, 아르누보 건축물들이 다양한 조화를 이뤄 도시의 경관을 세련되고 균형감 있게 만들어줍니다. 목조 건물을 비롯해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을 보호·유지하며 복구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정책적인 보완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자국 라트비아나 유럽이 아닌 아시아의 일본에서 건축가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라트비아나 유럽을 떠나서, 완전히 다른 문화권에서 건축을 경험하고, 연구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 동안 배웠던 건축, 건축학이 주는 고정관념이나 편견 같은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활동을 꿈꿨습니다. 과거 네덜란드에서 일할 때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일본인 상사가 일본에서 연구활동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추천해주었고,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가족들로부터 들어보니 약 100년 전에, 증조할아버지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을 하며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다양한 교류를 했다더군요. 뭔가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KF뉴스레터 독자들에게 라트비아와 수도 리가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요?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사실 그런 질문에 답하는 것이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 같습니다. 라트비아와 리가는 다양한 건축 문화를 보여주는 도시입니다. 그 중에서도 공간에 대한 인식과 활용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람은 누구나 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거리와 공간이 필요하다고 여기는데, 라트비아 사람들의 그러한 마인드가 건축과 문화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리가를 방문하실 계획이 있는 분들에게는, 꼭 도시의 중심부를 둘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네요. 20세기초에 지어진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잘 남아 있는, 멋지고 세련된 라트비아 도시의 전형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특별한 목적지 없이 거리를 거닐다 길을 잃게 되더라도 나쁠 게 없을 겁니다. 낯선 건물과 거리에서 라트비아 사람들의 일상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건축가로서, 한국의 도시 풍경과 건축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그냥 무작정 도시를 걷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거리를 걸으면서 도시의 전반적인 풍경이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을 좋아하지, 건물을 따로 떼어놓고 바라보거나 의식하지는 않아서 특정 건축물에 대한 느낌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느낀 점은 굉장히 크고 바쁘고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그 안에 평화로움과 여유가 있다는 것이에요. 한국에 오기 전에는 서울을 ‘일’, ‘비즈니스’ 같은 이미지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요.



건축, 건축학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요. 사람들에게 건축이란 어떤 것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으신가요?

글쎄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건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음악이나 문학을 아는 것보다 건축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 훨씬 더 쉽다고 느끼고요. 음악이나 책은 우리가 선택하고 접해야만 알 수 있지만, 건축과 분리된 인생을 살아가는 이는 한 사람도 없으니까요. 저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 그리고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건축에 대한 정의 아닐까 생각합니다. 「라트비아. 융합의 건축」 전시를 통해서도 많은 분들이 건축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거예요.


인터뷰 김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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