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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김태형, 김혜진, 김민지)는 2008년 9월 28일부터 10박 11일간 스위스 제네바,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로 ‘2008 클래식 실내악 제네바, 중앙아시아 순회연주회’를 다녀왔다. 우리나라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뛰어난 기량과 음악성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클래식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그곳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면에서 이번 순회연주회는 더욱 의미 있는 투어였다.



리허설, 그리고 스위스 제네바 공연
보스턴, 뮌헨 그리고 스페인의 발렌시아 등 각기 다른 지역에서 출발해 제네바에서 만난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단원들은 도착하자마자 공연 리허설 준비에 들어갔다. 제네바 공관의 도움으로 콘서바토리에서 매일 4시간 이상 꼬박 연습에 몰두했던 이들은 각자 개인의 솔로 곡보다도 앙상블 곡인 브람스 트리오 2번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서로의 음악적인 견해를 나누며 자신들만의 색깔을 만들어나갔다. 특히 연주회에 초청된 관객들이 음악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은 분들이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터라 더욱 긴장하는 듯했다.
바쁜 리허설 일정을 마치고 열린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연주는 UN 유럽본부인 팔레 데 나시옹(Palais des Nations)의 홀에서 진행되었다. 각종 연주회가 자주 열리곤 한다는 이 홀은 UN 회의장 입구에 있었는데, 전문 공연장이 아니기 때문에 피아노의 상태나 연주했을 때의 울리는 소리 등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연주에 대한 관객들의 높은 관심과 제네바 공관의 담당 서기관님의 도움 덕분에 주어진 환경에서 최상의 소리를 낼 수 있었다. 공연 후 많은 분들이 연주자들에게 사진 촬영 요청과 사인 요청을 해와 연주자들은 더없이 즐거워했다.



카자흐스탄에서의 기립 박수
제네바에서의 일정을 마친 연주단은 10월 3일 이스탄불을 경유한 끝에 카자흐스탄의 새로운 수도, 아스타나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 30분. 10시간이 넘게 이어진 긴 비행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채로 공연장인 카자흐스탄 대통령궁(Presidential Centre of Culture)으로 향한 연주단은 리허설 및 사운드 체크를 하고, 공연장의 무대 감독과 의견 조율을 하면서 무대 세팅과 조명을 설치하는 등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대부분 대사관에서 초청한 각국의 대사님들과 그 외 공관 직원분들로 메워진 객석에서는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앙코르로 ‘그리운 금강산’을 연주했을 때는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연주자들 또한 몸은 비록 고단할지라도 스위스에서의 연주보다 더욱 만족스러워했다.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는 국토균형정책의 일환으로 본래 수도였던 알마티에서 옮겨온 지 꼬박 10년이 되는 새로운 수도다. 연주단이 도착하기 하루 전날, 수도 책정 10주년을 기념하는 큰 행사가 열렸던 아스타나는 마치 끝없는 지평선 위에 지어진 빌딩 숲처럼 높은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고 아직도 건물들의 신축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발전되어 있는 도시의 모습도 놀라웠지만 우리네의 모습과 정말 똑같지만 말은 통하지 않는 고려인을 보며 한 번 더 놀랐다. 1937년에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뒤 황무지를 개척하고 농장을 경영하며 구소련 내에서 가장 성실하며 잘사는 민족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고려인. 주 카자흐스탄 김일수 한국 대사님의 이러한 설명을 들으며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고려인에 대해,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중앙아시아의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카자흐스탄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 공연의 추억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의 다음 발걸음은 마지막 투어 국가인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했다. 공항 입국 심사에서부터 호텔 체크인, 공연과 공연 후 각자 돌아가는 일정까지 그 어느 곳보다도 우리들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애써주신 주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관계자 분들의 환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우즈베키스탄에서의 공연은 우즈베키스탄 콘서바토리의 그랜드 홀에서 열렸는데, 각국의 대사님과 공관 직원들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한인 교포, 유학생 그리고 고려인들까지 약 350여 명의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워 더욱 더 뜨거운 공연이었다. 연주자 대기실의 불편함은 둘째 치고 피아노의 상태가 특히 좋지 않아 걱정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연주자들은 투어 중 최고의 연주를 보여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쉴 새 없이 이어진 사진 촬영 요청과 몇몇 매체에서의 인터뷰 요청 그리고 대사관 관저에서의 만찬은 앞으로 헤어질 시간을 더욱 아쉽게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Спасибо(스파시바).” 우리가 듣기에 다소 생소한 이 말은 러시아어로 ‘감사합니다’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의 10박 11일간 짧지 않은 여정 속에서 솔로이스츠의 공연을 위해 애써주신 많은 분들, 힘든 여정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연주자들 그리고 오가며 지나친 크고 작은 인연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Спасиб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