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세계로 퍼져가는 한국음악의 흥과 멋

한국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세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한다. 그런데 오랜 전통 속에 잘 보존되어 온 한국음악은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 잡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연과 실기로 한 달간 진행
지난 2001년에 성공적으로 개최된 제1회 ‘국악워크숍’에 이어 국립국악원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은 2003년 6월 16일부터 7월 11일까지 한 달간 외국의 음악학·민족음악학 교수 및 박사과정생들을 대상으로 두 번째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올해에는 한국 및 해외의 한국음악 전문가 18명이 강연자로 초청되었는데, 성경린·김천흥 선생 등 국악계 원로들을 비롯해 필자와 이병원(하와이대)·황병기(이화여대)·권오성(한양대) 교수 등이 강의를 담당하였다. 연주 실기 강사는 모두 국립국악원 단원이 맡았다.

참가자들은 한국음악 이론에 대한 강의를 듣는 것 이외에 처음 2주간은 국악의 기본적인 연주방법을 익히고, 후반 2주 동안은 민요·장구 반주·판소리·정가(정악 중 성악곡)·사물놀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악기 및 노래 강습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연구자들의 관심 제고에 의의
이런 국제적 워크숍의 목적은 한국음악에 대한 학자들의 관심을 고취하고 연구를 증진시키는 데 있다. 이미 1990년대에 국립국악원은 외국 학생들을 위해 연례 워크숍을 개최했는데, 이를 통해 Nathan Hesselink·황옥곤·Donna Kwon·Joshua Pilzer 등 몇몇 학생들이 한국음악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된 바 있다. 국악워크숍도 두 차례에 걸쳐 개최되면서 이와 비슷한 성과를 얻고 있는데, 이번에 많은 참가자들이 논문자료를 수집하면서 연주자나 교수들과 인터뷰를 하거나 연주를 녹음하곤 했다. 특히 R. Anderson Sutton 교수는 9월에 다시 방한하여 서울대에서 한국의 퓨전음악에 대해 논문을 발표하는 한편,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민족음악학회 회의에서는 필자가 조직하는 한국 MTV에 관한 토론에 참가할 계획이다. 워크숍 참가자 모두는 앞으로 강의에 한국 음악에 대해 다루게 될 것이며, 많은 이들이 연구차 서울을 다시 방문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음악의 가치, 세계화 노력 필요
그러면 국악의 진흥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음악이 문화 교류의 다리가 되어준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의 전통음악 이 훌륭한 가치를 지녔다는 데에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한국의 궁중음악은 동아시아 의식 음악 중에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데, 종묘제례악이 2001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무형문화유산 19개 중의 하나로 지정된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또 한국 가요는 뮤직비디오 채널을 타고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한류(韓流) 열풍’의 핵심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판소리·산조·사물놀이 등 전통음악은 더욱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판소리처럼 서사적인 이야기를 노래를 통해 표현하는 전통은 유고·중앙아시아·티벳 등지에서도 발달하였으나 한국에서 그 원형을 가장 잘 찾아 볼 수 있다. 이에 한국 판소리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현재 전해 내려오고 있는 판소리 다섯마당이 작년에 파리에서 완창된 바 있으며, 지난 7월에는 뉴욕 링컨홀의 무대에 올랐고, 8월에는 에든버러 국제음악축제에서도 공연된다.

또한 산조는 장구 반주에 맞춘 한 시간 정도 길이의 기악 독주곡으로 한국 호남 지방의 민요와 무속에서 유래했는데, 그 리듬 구성의 독창성, 재즈와 유사한 음색 등으로 외국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한편 해외에 가장 잘 알려진 사물놀이는 일본의 타이코나 아프리카의 젬베와 비교할 수 없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타악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새로운 자료 제작 기대
한국의 음악산업은 매우 발달하여 음반판매량에서 세계 13위를 차지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음반가게에서는 정작 중국이나 일본음악에 비해 한국음악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또한 Nonesuch·Lyrichord·Auvidis 등 음반 카탈로그에 수록된 음반들은 오래 전에 디지털 이전 방식으로 녹음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녹음 작업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국악 관련 출판물도 이와 비슷한 실정으로, 현재까지도 해외에서 출판된 영어로 된 한국음악 개설서가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한국음악을 연구하는 박사과정생이 많이 배출되고 있어 앞으로는 많은 출판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0년간 한국국제교류재단을 비롯한 한국의 지원기관들이 영어로 된 한국 문학 및 역사도서 출판을 지원해 온 것처럼, 한국음악 워크숍을 통해 한국음악에 대한 연구 및 출판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지난 7월 11일 마지막으로 한국문화의 집에 참가자, 강연자, 재단직원이 모두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