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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뉴질랜드, 활발한 문화교류 기대

약 15년 전 단파 라디오방송사의 기자로 근무했던 적이 있다. 어느 날엔가 야간 근무조에 편성된 필자는 사방이 고요한 사무실을 지키며 한국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백과사전을 집어 들게 되었다.

그 후로 몇 달에 걸쳐 그 백과사전은 나로하여금 전혀 새로운 세상에 대해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과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 일본을 방문할 기회는 몇 차례씩 있었으나 정작 한국 방문은 이번 7월이 되어서야 이루어졌으며, 한국이 다른 주변국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고유한 문화를 자랑하는 나라임을 알게 되었다.

재단 간부진과 간담회중인 필자.

이번 한국방문은 내가 몸담고 있는 뉴질랜드 아시아2000재단(Asia 2000 Foundation of New Zealand)과 한국국제교류재단 간 직원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해 10월 재단에서 인사교류팀 정한욱씨의 뉴질랜드 방문에 이어 이번에는 아시아2000재단에서 필자가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아시아 2000 재단은 1994년 뉴질랜드 정부 주도하에 아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목표로 설립되었다. 이는 뉴질랜드 정부가 아시아 지역과의 교역량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아져야 한다고 인식하였음을 의미한다. 문화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지 않고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회원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뉴질랜드의 5번째로 큰 교역 대상국으로, 양국관계를 살펴 보면 아시아2000재단과 같은 기구의 필요성이 여실히 나타난다. 재단의 정한욱씨가 뉴질랜드에 체류하는 동안 뉴질랜드의 여러 문화단체에서 한국과의 문화교류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과의 문화교류에 대한 관심에 비해 이제까지 구축된 교류채널이 충분치 않았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아시아2000재단은 양국간 교육, 매체, 문화 교류를 위한 재정적 지원 및 격년으로 개최되는 아시아 페스티발, 한국기업세미나 등의 행사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뉴질랜드 내에서 한국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같이 공신력있는 기관의 협조로 인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아시아2000재단은 격년제로 뉴질랜드 내 주요 도시에서 아시아 페스티발을 개최하고 있으며,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에 힘입어 1997년 이후 3년 연속 무대에 오른 한국공연은 페스티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고 있다.

또한, 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한 장학사업의 일환으로 아시아2000재단은 매년 뉴질랜드 문화관계자들의 한국방문을 위한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 재단은 여타 국제적인 교류기구와 비교해 보면 매우 적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비록 적은 규모의 예산이라 할지라도 전략적으로 활용될 경우 매우 만족스럽고 장기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들 들어, 올 9월 아시아2000재단의 지원으로 웰링턴 프린지 페스티발의 2개 단체가 과천 마당극 페스티발에 참가할 예정인데, 이들의 한국공연이 장기적으로 한국 극단의 웰링턴 프린지 페스티발 참가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한국에 잠시 머물면서 한국인들이 자국의 문화에 대해 느끼는 자긍심을 엿볼 수 있었으며, 후세를 위해 한국문화를 보호·보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역동적인 작품활동을 하는 한국의 신세대 예술가들의 활동상을 엿보면서 한국이 전통예술뿐만 아니라 현대예술에 있어서도 놀라울 만큼 대단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깨닫게 되었으며, 언젠가 이들의 작품이 뉴질랜드에서 전시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한국방문을 가능하게 해주고 많은 문화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준 한국국제교류재단 측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15년 전 우연히 집어든 백과사전을 통해 마음 속에 간직해 온 한국에 대한 이미지들은 이번에 한국에 머물며 체험한 시간들로 인해 이제 더욱 풍부하고 강렬해졌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신라의 고도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되었다는 금동불상의 손 - 엄지 손톱보다도 작은 그 손 안에 담겨진 완벽한 조형미를 깊이 새기며 2주간의 짧은 한국방문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