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산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목멱산은 바로 남산의 옛 이름으로,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 아름다움을 칭송해온 서울의 오랜 상징 중 하나입니다. 남산 북쪽 산책로에서 바라보이는 가을 풍경은 기막히게 아름답습니다. 산등성이를 물들이는 색채의 향연과 산밑으로 내려다보이는 대도시의 화려한 파노라마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장관입니다. 저는 폴란드인 친구 도로타와 함께 남산을 오르기로 했습니다.
산에 오르기 전 에너지를 비축해 놓기 위해, 우리는 합리적인 가격대에 입에서 살살 녹는 한국 전통 음식을 내어놓을 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라 멋들어진 풍경이 있는 한 식당에 들러, 그림 같은 한옥에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계산대에서 주문과 계산을 한 우리는 이 한옥 식당의 전통적인 인테리어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 오래지 않아 주문한 불고기비빔밥이 나왔다는 진동벨이 울렸습니다. 황동 식기에 정갈하게 차려진 불고기비빔밥은 여느 비빔밥과 다르게 고사리, 무채, 숙주, 버섯, 시금치, 콩나물, 무친 과꽃 등 다채로운 색깔의 맛 좋은 나물이 따로 담겨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친 과꽃의 맛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시금치와 비슷한데, 또렷하면서도 기분 좋은 향긋함이 있는 달콤쌉싸름한 맛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진 향긋한 참기름은 우리의 후각을 사로잡았습니다. 우리는 밥 위에 나물과 매콤달콤한 고추장을 얹어 석석비벼서, 마음을 달래는 가야금 소리를 들으며 즐겁게 식사를 했습니다.
향긋한 성찬을 즐기고 난 우리는 이곳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식당 한 켠에 마련된 테라스에서 한국의 전통 다과를 들며 이른 오후를 즐긴 것이죠. 저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신경 안정과 피로회복에 좋다는 대추차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대추가 들어가서인지 진한 밤 빛깔이 돌고 감칠맛이 났습니다. 대추는 한국의 전통 혼례 관습 중 하나인 폐백에 쓰이기도 합니다. 부와 다산을 상징하거든요. 환절기 추위 때문에 몸이 좀 안 좋았던 제 친구는 유자차를 주문했습니다. 유자차는 비타민 C가 풍부해서 감기, 기침, 두통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요. 우리 둘 다 단 걸 좋아하는 터라 한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강정과 유과, 약과도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삼국유사>에는 신에게 강정을 올리는 전통이 기록되어 있고,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고려의 귀족 가문은 한과를 차와 함께 즐겼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설날 같은 명절 때나 강정을 먹는데요, 한과는 달콤한 차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맛이 있어서 언제든지 즐겨먹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식당에서의 경험은 아주 감각적이었습니다. 풍부한 맛과 향으로 우리의 미각과 후각이 호사를 누리고, 우리의 눈도 아름다운 가을 경관 속에서 색색의 음식으로 즐거웠습니다. 장려한 자연경관 속에서 마음을 도닥이는 음악소리 덕에 북적거리는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남산 꼭대기에 올라 마음을 사로잡는 경치를 즐겼습니다.
동아시아연구원 공동프로그램 참가자
막달레나 소피아 프쥐고인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