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닮은꼴 음식:
더위를 보낸다. 여름을 적신다.
7월에 맛보는 세계 음료 한 잔!
한 여름 찌는 듯한 무더위가 시작되면 허기보다 갈증이 더 극심하게 느껴집니다. 그저 시원한 음료수 한 잔, 한 모금이 간절할 때가 있습니다. 여기에 얼음 몇 조각과 톡 쏘는 탄산이 가미되면 그 청량감에 순간이나마 무더위를 날려보낼 수 있지요. 하지만 얼음이나 탄산이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시원하고 맛있는 세계 각국의 전통 음료들이 있습니다.
밥알이 동동 떠 있는 특유의 비주얼 때문에 얼마 전 SNS에서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던 식혜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음료입니다. 밥을 엿기름으로 삭혀 만든 음료로 기름진 음식의 느끼함을 없애기에 제격이며 차갑게 먹어도 미지근하게 먹어도 뒷맛이 깔끔하고 개운합니다. 설탕을 첨가하지 않아도 엿기름 때문에 은은한 단맛이 나며, 사실 여름이 아니어도 계절과 무관하게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단, 밥알이 없는 식혜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캔음료는 그렇게 제조되기도 하지요.
영국에서는 여름에 핌스라는 음료를 즐겨 마시는데요. 핌스 넘버원이라는 술에 민트 잎, 레모네이드나 진저 에일, 각종 과일, 오이 등을 기호에 맞게 배합하여 휘저어주면 완성됩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영국인들이나, 영국에서 오래 거주했던 유학생들이 한국에 돌아오면 핌스에 들어가는 주요 재료를 쉽게 구할 수가 없어 이 음료수의 맛이 사무치게 그립다고들 합니다.
스페인에서는 타이거넛츠에 설탕과 물을 넣어 차갑게 갈아 마시는 오르차타라는 전통 음료가 있습니다. 타이거넛츠는 이름 때문에 견과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식물의 작은 덩이뿌리를 말린 것이라서 견과류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도 섭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페인의 여름 음료인 오르차타는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습니다. 스페인 문화의 영향을 받은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는 주재료인 설탕과 물 대신 계피가루와 우유를 이용한 오르차타를 먹기도 합니다.
인도와 터키에서는 라씨가 대표적인 여름 음료입니다. 인도의 전통 음료인 라씨는 요거트에 물, 향신료, 소금, 각종 과일, 채소 등을 넣은 것인데, 커민을 넣은 맵고 짠 것과 설탕을 넣은 달콤한 맛 모두 사랑받습니다. 터키의 라씨는 인도와 달리 요거트, 레몬, 소금, 물 정도만 넣어 만듭니다.
‘쌀의 나라’ 베트남은 한국의 식혜, 미숫가루처럼 곡물을 이용해 만든 여름 음료 체를 마십니다. 다만 곡물이 다소 걸쭉하게 들어가고 과일도 곁들여지므로 음료라기보다 디저트에 가까운 모양새입니다.
사실 전 세계를 관통하는 여름 음료를 몇 개 꼽는다면 커피와 콜라, 맥주가 대표적일 텐데요. 올 여름은 좀 더 건강하고 색다른 여름을 위해 세계 각국의 전통 음료를 마셔보는 것이 어떨까요?
글 김신영
일러스트 정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