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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교육자들의 한국 나들이

유럽 15개국의 중・고교 역사・사회 교사 및 교육행정가들이 재단과 한양대학교 대학원 주최로 열린 ‘유럽 교육자 한국학 워크숍’에 참가했다. 약 2주간에 걸친 워크숍은 세미나와 한국의 주요 지역 답사로 밀도 높게 진행되었다.

인천공항에 입국한 유럽의 교사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여러 국가와 다양한 배경을 대표하고 있었다. 우리는 영국에서부터 노르웨이와 스웨덴, 이탈리아와 그리스 그리고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 이르는 총 15개국을 대표했다. 전에 서로 만난 적도 없었고 15명 중 2명만이 한국 방문 경험이 있을 뿐이었다. 여행으로 인해 피곤했던 우리는 과연 한국이 어떤 곳일까 하는 약간의 불안감을 갖기도 했지만 모두들 한국을 배우고, 좋은 기분으로 여행을하며, 열린 마음으로 한국을 경험하고자 노력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을 통해 우리는 2008년 유럽 교육자 한국학 워크숍 참가자로 선정되었다. 우리는 그동안 1950~1953년의 비참했던 한국전쟁 그리고 급속한 경제 성장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이 놀라운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배우기를 희망하였다. 또 한국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이해를 습득하고 귀국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런 정보와 이해는 우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활용되어 학생들에게 전달될 것이고, 더 나아가 유럽과 한국을 가깝게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한양대학교 대학원과 함께 거의 2주간 실시된 집중적이면서도 훌륭한 워크숍을 조직했다. 워크숍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한 주는 세미나와 방문일정으로 구성되었고, 다른 한 주는 세미나에서 배운 것들을 보완할 수 있는 한국의 주요 지역 답사 여행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구분은 편리했지만 단순한 느낌도 없지않았다.
처음 며칠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받았다. 모든 세미나는 영어로 진행되었는데, 참석한 한국학자들과 유럽 교육자들의 노력으로 수준 높은 토론이 가능했다. 우리 모두는 훌륭한 시설을 갖춘 세미나실과 깊이 있는 내용의 부교재, 세심한 세부사항 등 높은 수준에 감탄했다.
한국어를 조금 배우기도 했는데, 수업이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노르웨이에서 온 토어는 한국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스웨덴에서 온 레나는 한국인과 결혼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유물과 기록을 통해 한국의 역사를 배웠다. 언어와 문화 발전에서 조선왕조가 차지한 중요성은 분명했다. 일제강점기 식민 시대의 비극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1950~1953년 한국전쟁으로 인한 황폐와 이 불행한 사건 이후 이어진 한국의 경제 및 사회의 재건이 설명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교실에서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경복궁을 방문하여 이 놀라운 궁궐 건물의 웅장함과 장엄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공연 관람은 특별히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무용수들이 로맨틱한 이야기를 펼치면서 보여준 에너지, 자신감, 재능은 놀라웠으며 한국 젊은이들의 창조적인 재능을 너무나 잘 표현해줬다. 이 작품이 국제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수상 받을 만하다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조직적인 방문만 이뤄졌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명동과 인사동을 자유롭게 관광하며 쇼핑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자유 시간도 가졌다. 어떤 이들은 전쟁기념관에 가기도 했고, 또 어떤 이들은 종로타워에 올라가 서울의 야경을 보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서울시민들의 놀라운 개방성을 즐겼다. 그리고 우리는 놀랄 정도로 환대를 받았다. 일부는 바닥에 앉아 식사하는 것에 종종 불편함을 느꼈지만 한국 음식의 다양함과 놀랄 만한 맛은 이런 불편을 잊게 만들었다. 식사 중 김치도 먹어보았는데 어떤이들에게는 금방 익숙해지기 어려운 맛이기도 했다.
우리는 한양고등학교도 방문했다. ‘사랑의 실천’이라는 교훈에 간직된 생각, ‘사람들에게 부지런하고, 정직하고, 겸손한 봉사자’가 되게 한다는 생각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지리 수업을 참관했고 교사 및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우리는 높은 수준에도달하고자 노력하고, 유럽에 대한 호기심을 우리들과 나누고자 하는 아이들의 열의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예지원’에서는 전통의상을 입고 그 의상의 중요성과 전통 예법에 맞게 행동하는 법을 배웠다. 한국인의 의례를 배우면서 다른 때처럼 많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용산에 있는 국립박물관은 놀라운 국가적인 문화재들이 아주 효과적으로 전시되어 있는 훌륭한 건물이었다. 특히 초기의 인쇄활자는 보는 이에게 흥미를 더했는데, 그것은 유럽에서 대량인쇄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구텐베르크의 활자보다도 더 앞선 시대에 만들어진 활자이기 때문이었다. 남쪽으로 답사를 떠난 우리는 한국의 풍경을 보면서 전주에 있는 우석대학교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새천년의 유럽과 아시아, 한국 사이의 관계에 대해 배웠다.
이어서 우리는 전주 한옥마을과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POSCO 광양 제철소를 방문했다. 고속 경제 발전의 놀라운 사례인 현대중공업에서는 선박을 제조한 뒤 ‘골리앗 크레인’을 사용하여 배를 직접 들어서 바다에 내려놓는 첨단기술을 보기도 했다.
부산은 흥미진진하고 역동적이며 야심 찬 항구로 보였다. 우리는 누리마루를 방문하여 2005년 APEC 정상회담 장소였던 이곳 주변을 산책하기도 했다. 또 관광 유람선 테즈락호를 타고 식사를 하며 광안교, 해운대 해변 그리고 부산의 스카이라인을 즐겼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경주에 들러 평온하고 아름다운 공원의 정취를 즐겼는데, 그곳 대릉원에서 본 신라왕조의 고분은 우리 모두에게 한국사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시골 언덕길을 지나 멋진 건축물들이 세워진 불국사로 갔다. 석굴암은 UNESCO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했는데, 특히 석불상을 보고는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뜻 인도나 중국에서 발견되는 것들과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예술적으로 월등히 훌륭한 게 틀림없었다.
우리의 한국 여행은 어느새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참가자 중 많은 이들이 비무장지대를 방문했다. 그곳은 한국의 최근 역사와 정치 상황을 잘 보여주는 곳이었다. 비무장지대를 통해 우리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모임에서 우리는 방문에 대한 우리의 생각, 함께 가져가고 싶은 인상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중 몇몇을 여기서 인용해보고자 한다.
슬로바키아에서 온 타탸나는 “아름다운 이 나라에서 보낸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고 말했고, 폴란드의 테레사는 “한국은 시민들이 정답고 친절한 나라다”라고 하였다. 이탈리아의 엔리코는 “한국의 장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언어는 이탈리아와 한국을 아주 가깝게 느껴지도록 해주었다”라고 했으며, 노르웨이에서 온 토어는 “이번 한국 방문을 계기로 우리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침에 있어서 한국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 전달의 확대는 물론 한국과 관계가 더욱 가까워지도록 하는 데 기반이 될 것이다”라고말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와 같은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은 분단국에 대한 관심과 재건의 문제에 주목했고, 그밖에 스위스와 스웨덴, 그리스 등에서 온 참가자들도 모두가 각자의 나라와 한국의 경제 및 정치, 사회 발전의 유사성과 중요성에 대해 인지했다.
아마도 가장 감동적인 평가를 한 사람은 벨기에와 포르투갈의 참가자였던 것 같다. 벨기에의 카트린은 “모든 나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 놀라운 한국의 세계에 우리를 데려와주어 감사한다”라고 썼으며, 포르투갈에서 온 루이사는 귀국하면서 한국인들을 ‘마음’에 담아가겠다고 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한양대학교 관계자 여러분과 학생들, 그리고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역사와 문화, 사회를 함께 나누기 위해 만났던 모든분들께 감사드린다. 우리의 목표와 큰 뜻은 달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