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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예술과 사랑에 빠지다

갤러리 팩토리는 이번 행사에서 미술 작가뿐 아니라 한국의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디자인 그룹들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의 디자인 그룹 ‘노네임노샵’의 개념적 디자인 작업들도 함께 선보였는데, 예술 관계자들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번 멜버른 아트페어는 갤러리 팩토리에게뿐만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매우 뜻 깊은 경험이 되리라 믿었고, 또 그 가능성과 믿음을 확인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새로운 도전, 아트페어
2007년 여름, 멜버른 아트페어의 큐레이터가 서울을 방문하여 갤러리 팩토리를 아트페어에 공식 초청했다. 이로써 갤러리 팩토리는 정확히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비영리 전시 공간으로는 이례적으로 아트페어라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수준은 세계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젊고 역량 있는 작가들이 국제적으로 알려지는 기회는 너무도 한정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번 멜버른 아트페어는 갤러리 팩토리에게뿐만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매우 뜻 깊은 경험이 되리라 믿었고, 또 그 가능성과 믿음을 확인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간 호주를 천연자원의 보고이자 신흥 경제 강국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던 터라 실제로 미술, 그것도 현대미술에 대한 그들의 성숙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멜버른 아트페어의 5일이라는 짧은 일정 속에서 약 4만 명이 넘는 예술 애호가들을 만나게 된 것은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국내 아트페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예술에 대한 그들의 진지한 태도였다. 어린이에서 청년,중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진지한 표정으로 작업 하나하나를 감탄의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작가에 대한 정보를 열심히 적어가거나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 속에서 짧은 시간 동안에 호주가 예술과 디자인에 엄청난 발전을 이룬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의 예술성을 확인하다
갤러리 팩토리는 메자닌 층(층과 층 사이의 공간) 후미진 곳에 위치한탓에 1층 메인 게이트 쪽 갤러리보다 많이 조용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정을 더해갈수록 입소문을 타고 미술관 관계자들은 물론 호주와 스웨덴, 덴마크 등지에서 온 큐레이터 등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한국 젊은 현대미술 작가들의 예술성이 얼마나 세계적인 수준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갤러리 팩토리는 이번 행사에서 미술 작가뿐 아니라 한국의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디자인 그룹들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의 디자인 그룹인 ‘노네임노샵’의 개념적 디자인 작업들도 함께 선보였는데, 예술 관계자들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국은 지난 2년 동안 현대미술 시장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매월 쏟아지는 잡지와 매일 발간되는 신문에서도 미술 시장의 뜨거운 열기에 대해 다루는 기사를 많이 접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과열 현상이 반갑지만은 않다. 젊은 작가들을 주식에서 사용하는 블루칩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띄워주기도 하고, 작업의 이미지를 여기저기서 차용하여 나름의 유통을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예술이란 주식과는 달라서 오랜 기간 작가가 국내외적으로 커리어를 쌓으며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고, 작업이 진화하는 과정을 즐겨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의 젊은 작가, 이름도 생소하고 이미지도 생소한 작가의 작업을 편견 없이 깊은 관심과 애정의 눈으로 감상하는 멜버른의 예술 애호가들은 한국의 현대미술이 아직 갖추지 못한 단 하나의 조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신의 취향과 관심을 믿고, 관심 가는 작가의 작업을 오랜 기간 지켜보는 격려의 눈. 그것이 미술 시장의 호황 또는 불황과는 상관없이 현대미술이 꾸준히 발전해나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신선한 공기, 유럽 도시처럼 오래된 석조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는 가운데 실험적 디자인의 고층 빌딩이 이색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도시의 풍경들. 겨울이지만 활기차게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과 외출한 가족들의 정겨움으로 가득한 상가들, 음식점들…. 이번 멜버른 아트페어에서는 호주라는 국가에 대한 재발견과 재인식 그리고 예술과 사랑에 빠진 멜버른 시민들에 대한 신선한 발견이 가장 큰 성과로 남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