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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제주생활] 제주 가을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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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제주 생활]제주 가을의 매력

제주행 편도 비행기 티켓을 끊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 내려온 지 만 3년이 지났다. 입도 2주 만에, 고층 빌딩과 지하철, 백화점이 있는 도시가 너무 그리워서 도망치듯 서울행 마지막 비행기를 탔던 첫 여름을 지나, 이제는 제주 생활에 꽤 적응했고, 벌써 네 번째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사실 아침에 눈을 뜨고, 후다닥 출근 준비를 해서, 사무실에 앉아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서울에서의 삶과 다를 게 있을까 싶다. 그래도 점심시간이나 휴일에 마주하는 제주의 자연은 서울에서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정을 선사한다.

특히 제주의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좀처럼 걷히지 않는 안개와 습도 100%의 장마, 찌는 듯한 무더위, 그리고 어마무시 한 태풍을 몇 차례 보내고 나면, 제주는 비로소 빛나는 가을 풍경을 선보인다. 눈부시게 맑은 하늘과 반짝이는 바다, 은빛 억새와 하얀 메밀꽃, 황홀한 노을까지. 발길 닿는 대로 무작정 나서서, 어디를 가도, 무얼 해도 좋은 계절이 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제주의 가을 풍경이 있다면, 송악산 둘레길에서 만난 일몰의 순간이다. 어느 주말 오후 느지막이 송악산을 찾았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감상하며 걷다보니, 마침 일몰 시간이었다.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김승옥 <무진기행> 中)이 느껴지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와 수평선 너머로 펼쳐진 황금빛 장관을 보고 있자니, 없던 스트레스도 풀리는 기분이었다.

올 가을에도 완벽한 일몰을 기대하며 송악산 둘레길에 다시 가봐야겠다.


글 한국학사업부 김수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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