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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를 사랑한 심리학자 심영섭 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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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영화를 사랑한 심리학자
심영섭 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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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녕하세요. 영화평론을 하시는 분들은 많지만 교수님처럼 심리학과 영화, 이 두 가지를 다 섭렵하신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심리학자이시면 영화평론가가 되신 건지 여기에 대한 말씀부터 듣고 싶습니다.

영화평론가는 영화를 많이 봐서 된 거예요. 영화를 정말 많이 봤는데 서른 살 되던 해 그 수를 헤아려보니까 만 편 정도는 본 것 같더라고요. 물론 그것만으로 된 건 아니고 심리학자로서 심리학 공부를 통해 터득한 여러 가지 이론을 영화에 접목해 영화평론가가 됐고요. 영화잡지 <씨네21>을 통해 등단한 케이스고요. 어떻게 보면 저는 한국 영화의 전성기였던 90년대와 9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잡지 <씨네21>과 함께한 평론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 여전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평론가 중 한 분이시기 때문에 영화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기생충, 미나리, (영화는 아니지만)오징어게임 등을 보면 그야말로 K-콘텐츠 돌풍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교수님은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사실 한국영화는 90년대부터 국내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해서 천만이라는 파이는 확보를 했던 거죠. 근데 그 천만을 확보했던 파이가 이제는 수억 명의 관객을 확보하는 시점으로까지 커진 거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오징어게임만 해도 수억 명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잖아요. 이건 동아시아 한류도 아니고 전 세계적인 K-컬쳐 신드롬이자 파워거든요. 그래서 이건 굉장한 사건인 것 같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전에는 극장에서의 콘텐츠였다면 지금은 OTT에서의 콘텐츠인데, 향후 IT 강국인 우리가 콘텐츠뿐만 아니라 그 OTT마저도, 플랫폼마저도 선점하게 되는 시기가 곧 도래할 거라는 확신이 들거든요.


3. 내용적인 측면은 어떻게 보시나요?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이 다 사회적 계급을 다루고 있어요. 기생충이 보이는 상류층과 하류층의 갭이라든가, 거기에 어떻게든 편입하려는 몸부림이라든가, 미나리가 보이는 미국 사회의 계급성이라든가, 오징어게임에서 보이는 초경쟁사회에서의 탈락, 그것의 엄중함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충격적이면서도 흡입력이 있으면서도 생과 사를 오가는 긴장과 재미를 주고 있잖아요.
‘사회적 계급’을 관통하고 있다는 게 우리나라 K-콘텐츠의 특징이 돼가는 것 같고, 이런 점 때문에 외국에서도 관심을 갖고 보는 것 같아요. 또 사회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휴머니즘적인 요소도 담고 있는데 휴머니즘은 감동이거든요. 이건 아카데미에서 좋아하는 요소이기도 한데, 오스카를 떠나서 전 세계에 어필할 수밖에 없는 범인류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죠.


4. 최근작 중에서 교수님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영화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승원 감독이 만든 <세자매>라는 영화가 있어요. 가정폭력이 어떻게 대물림이 되는지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세 자매가 어떻게 몸부림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데 영화적으로도 훌륭하지만, 각각 첫째, 둘째, 셋째를 연기한 김선영, 문소리, 장윤주 이 세 배우의 연기가 대단해요. 특히 위선적이면서도 내면에 아픔을 갖고 있는 둘째를 연기한 문소리 배우의 연기가 참 좋았고 감독의 연출도 뛰어나서 KF 뉴스레터 독자분께도 꼭 한번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5. 이제 새해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어떤 새해 계획과 바람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내년에는 해외여행을 좀 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여행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여행만큼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제 버킷리스트 중에 세계 3대 폭포인 이구아수, 빅토리아, 나이아가라를 보자는 게 있었는데 그건 이뤘어요. 그러니까 아프리카, 남미, 미국은 다 다녀왔겠죠?
제가 마지막으로 여행한 게 2020년 2월이었어요. 그때 기생충이 설마 상을 탈까 하고 캄보디아로 여행을 갔는데 오스카상을 타버렸네요(웃음). 그 소식을 앙코르와트에서 들었어요. 그때 이후로 꼬박 2년간을 아무데도 못 갔네요. 그래서 내년 2022년에는 여행을 꼭 가고 싶어요. 여행지는 동서양의 교차로인 터키를 생각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터키를 배경으로 한 <윈터 슬립(Winter Sleep)>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카파도키아의 겨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그걸 보고 꼭 가보고자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영화 속 촬영지를 많이 가는 편이에요. 이구아수 폭포를 간 것도 영화 <해피투게더>의 영향인데, 저는 영화 보고 꽂히면 가요.
내년은 ‘2’가 셋이나 들어가는 해잖아요. 같은 숫자가 세 개 들어가는 이 특별한 해가 다시 사람 냄새 나는 삶으로 귀환하는 해이길 바라고, 여행을 떠나서도 그런 바람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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