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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콘텐츠] 한국 다큐멘터리의 힘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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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큐멘터리의 힘과 가능성

서병기(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K-팝, K-무비, K-드라마, K-예능, K-웹툰 등의 글로벌화 기세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 환경에서 한국 콘텐츠의 승승장구가 두드러진다. ‘사실에 기반을 둔 영상물’인 다큐멘터리는 이들 장르와는 달리 아직 글로벌 바람을 타지 못하고 있지만, K-다큐도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

그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 올해 3월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다. 공개 후 하루 만에 많이 본 TV쇼 톱10에 5위로 진입했으며, 홍콩,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서도 10위권 안에 드는 등 큰 반응이 나왔다. 다큐로는 유례가 없는 반응이다.

‘나는 신이다’는 이미 MBC에서 다뤄진 소재다. 하지만 제작 방식이 달랐다. 연출자인 조성현 PD는 MBC라면 제작 기간이 길어봐야 두 달 정도지만, ‘나는 신이다’는 2년이 걸렸다고 했다. 표현 수위 등의 제약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워 여성 신도들이 당한 피해 사항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선정성 문제도 제기됐지만, 그렇게 해서 ‘불편한 진실’들이 낱낱이 드러나야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반응이 더 컸다.

‘나는 신이다’는 ‘다큐는 재미없다’는 기존 생각을 바꿔 시선을 집중시켰다.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대중에게 알리는 주의 환기에 성공했다. 이들의 악행을 제대로 알려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고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최근 넷플릭스 등 OTT에서 K-다큐물이 하나둘 제작되고 있다. OTT 다큐물은 범죄수사물, 스타, 종교 관련물이 많다. 넷플릭스 다큐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2020년)는 수많은 해외 팬이 시청했다.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2021년),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2021년),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2022년)도 넷플릭스를 통해 방송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배정훈 PD가 제작한 웨이브 다큐 ‘국가수사본부’(2023년)도 있고, 방탄소년단 제이홉과 슈가의 음악 여정을 그린 다큐물도 제작됐다.

OTT 다큐는 지상파에서 언급하지 못했던 소재를 다룰 수 있고, 이미 다룬 소재라 하더라도 더욱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어 각인 효과가 커진다. OTT 다큐는 수위가 높고 자극적이다. 교양 다큐, 시사 다큐도 OTT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리얼리티나 선정성이 시작되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시대가 바뀌고 미디어 환경이 달라지면서 선정성의 새로운 해석도 필요하다.

TV 다큐와 영화 다큐도 OTT 다큐의 영향을 받으면서 과도기적 상황에 빠져 있는지 모른다. 다큐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영국 BBC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넷플릭스”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다(多)플랫폼 시대인 지금이 지상파와 케이블의 다큐가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정립해야 할 시기다. 연성화, 선정성, 정통성 등 어느 하나가 정답이 될 수는 없다.

K-다큐는 OTT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SNS 상에서 넘쳐흐르는 각종 브이로그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다큐도 좀 더 유연해질 필요는 있다. 브이로그처럼 일상의 유행을 따라가며 말랑말랑하더라도 속으로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한 방’이 필요하다. 다큐가 소재의 빈곤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오랫동안 억눌려서 빛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나 가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담대하게 공론장에 제시해야 한다.

한국 독립 다큐의 평균 제작비는 약 3~5억 원에 이른다. 그런 만큼 내수만으로는 제작비 회수가 불가능하다.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가 운영하는 다큐 제작 지원 플랫폼 ‘K-DOCS’ 등을 통하면, 독자 제작뿐 아니라 국제 공동 제작 형태로도 전환이 가능해 시장 규모를 세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아직 한국의 다큐멘터리 제작 산업은 K-팝이나 K-드라마에 비해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제작 지원 시스템이 활성화된다면 한국의 다큐 제작진의 잠재력과 창의력이 발휘돼 K-팝 못지않은 글로벌한 활약을 펼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 본 기사는 전문가 필진이 작성한 글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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