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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이사장: “언제 어디서나 대한민국 국가대표, 한국 대사라는 마음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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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이사장:
“언제 어디서나 대한민국 국가대표,
한국 대사라는 마음으로 산다”

한국프로야구 30주년 레전드 올스타에 빛나는 왕년의 슈퍼스타. ‘홈런왕’, ‘헐크’, ‘기록의 사나이’로 불리며 실력과 인기를 겸비했던 강타자 이만수. 그가 SK 와이번스 감독에서 물러나 프로야구 그라운드를 떠난 것도 어느덧 4년이 넘었다. 프로야구의 흥행과 발전을 위해 3만 관중 앞에서 팬티바람으로 뛰어다니며 이슈를 만들기도 했던 그는 지금 ‘따뜻한 야구’로 끝없는 뜀박질을 하고 있다. 전국을 돌며 재능기부와 물품 후원을 하고, 멀리 라오스까지 건너가 야구로 한국을 알리고 있다. 선수, 감독으로 활약할 때보다 훨씬 더 바쁘지만,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가을야구가 무르익어갈 즈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 여름에는 라오스 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안게임에 첫 출전하셨고, 귀국 후에는 전국을 돌며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계신데, 요즘 근황이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지난주도 이번 주도 재능 기부를 했고, 내일도 다음주도 서울, 인천, 경기 곳곳에서 재능기부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2~3일씩 지방에 다녀오기도 하고요. 제가 라오스에서만 좋은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는데, 국내에서도 각지에서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선수, 감독 시절에는 일년에 절반 정도를 밖에서 보냈는데, 이제는 60~70% 가까이 집을 비우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현역 활동 때보다 훨씬 더 즐겁고 건강하게, 행복한 마음으로 봉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내년 1월에는 라오스에서 국제 친선대회가 있어서 연말에는 대회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낼 것 같습니다.



라오스에서 야구로 외교 활동을 하신지도 거의 4~5년 가까이 되었는데, 그동안의 활동을 어떻게 자평하시나요? 많은 성과를 이루셨지만,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시간이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라오스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야구’라는 말 자체가 없었어요. 야구라는 스포츠 종목이 없었으니 그것을 지칭하는 라오스어가 없는 것이 당연하죠. 공을 던져주면 맨발로 걷어차 다치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일회성 재능기부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선도 많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저 역시도 이렇게 오래 라오스에서 야구 지도를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라오스에 야구협회도 생기고, 국가대표팀도 만들어지고, 야구부가 있는 학교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너무나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이곳에서 야구라는 스포츠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린 친구들이 눈에 밟혀 모든 걸 정리하고 훌쩍 떠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사실 프로 감독에서 물러난 후 고정적인 수입이 사라졌고, 처음 몇 년간은 전부 사재를 털어 활동해서 경제적으로는 그리 풍요롭지 않지만, 제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함께 나눌수록 더 큰 기쁨을 느낍니다.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이제는 국내외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라오스는 물론 국내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그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올해만 해도 전국의 초·중·고·대학교를 40 곳 이상 돌았습니다. 아시안게임 대회 전후로는 스케줄을 잡기 어려워 올해는 좀 더 시간을 쪼개 무리하다시피 많은 곳들을 방문했습니다. 몸은 하난데, 여기저기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너무 많아 일주일에 3~4일은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니 정말 바쁩니다. 재정적으로 튼튼하지 않은 학교 야구부에는 장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피칭머신 등 고가의 물품들을 후원하기도 하고 직접 원포인트레슨도 진행합니다. 바쁘기는 프로 감독 이상이고,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훨씬 더 많아졌지만, 마음을 나누고 서로 도와가며 행복하고 따뜻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나이 60이 되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설 등 방송에서 보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은데, 하고 계시는 활동이 워낙 많아 쉽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한국과 라오스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합니다.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야구 해설 제의를 받은 적이 꽤 있어요. 그런데 해설은 조금 더 나이 든 후에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봉사활동은 나이가 더 들어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제가 직접 실행할 수 있는 부분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젊고 건강할 때 나눔에 전념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계속 도움이 필요한 전국의 학교를 돌며 재능기부 활동을 할 것이고요. 라오스에서는 야구가 동남아 평화와 교류의 도구로 쓰일 수 있게끔 더 노력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라오스에 정식 야구경기장을 지어 인근의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등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들과 치르는 국제대회 ‘인도차이나 베이스볼 챔피언십’을 여는 것이 목표입니다.
  혹시 한국에 처음으로 야구를 전해준 사람이 누군지 아시나요? 미국에서 온 선교사 필립 질레트입니다. 그분이 1904년에 YMCA를 통해 국내에 야구를 보급했습니다. 한국 국민들이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하나 새로 생긴 것이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야구로 친분도 쌓고, 소통·교류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없었으면 한국에 야구가 없었을지도, 야구선수 이만수도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100년도 더 전에 한국에 온 미국인 선교사 한 사람이 그런 변화를 주었듯이, 저 역시 라오스에서 그런 씨앗을 뿌린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아세안문화원도 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들과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는데, 뉴스레터 인터뷰를 통해 다른 좋은 기회도 생겼으면 하네요. 인터뷰를 보실 분들에게 인사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2년 전에 부산국제교류재단의 초청으로 라오스 선수들이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그 기회를 통해 라오스의 청소년들이 선진 야구를 접할 수 있었고, 각자 더 큰 꿈과 목표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와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국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받고 라오스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언젠가 한국국제교류재단, 아세안문화원과도 함께 좋은 뜻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야구가 체육·문화·교육·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라오스 교류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이만수는 언제 어디서나 한국 대표, 한국 대사라는 마음가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양국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임할 것입니다.


인터뷰 김다니엘

사진출처: 삼성 라이온즈
사진출처: 헐크 파운데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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