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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닮은꼴 음식: 서늘한 늦가을 더욱 맛있는 조개, 홍합, 바지락, 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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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닮은꼴 음식:
서늘한 늦가을 더욱 맛있는 조개, 홍합, 바지락, 꼬막……

모든 음식에 양념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조개, 대합, 바지락, 재첩 등은 적당히 끓이거나 푹 삶기만 해도 그 자체로 휼륭한 음식이 될 수 있습니다. 매콤한 낙지볶음에 곁들이는 것도 잘 어울리고, 죽을 만들어 먹어도 맛과 영양 모두를 잡을 수 있죠. 인스턴트 라면에 조개 네댓 개만 넣어도 맛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겨울 조개탕이나 바지락 칼국수의 뜨끈한 국물 한모금이면 움츠렸던 몸이 어느덧 풀리고 따스해집니다.

   이탈리아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조개 요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봉골레 파스타가 있습니다. ‘봉골레 (Vongole)’는 말그대로 ‘조개’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입니다. 조개 육수를 베이스로 하는 소스와 올리브 오일을 두른 팬에 마늘과 조개를 넣고 두툼한 면을 볶아 만듭니다. 재료만 놓고 보면 조개탕만큼이나 간단하지만 조리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실패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터키에서는 좀 더 과정이 복잡한 조개 요리 미디예돌마가 있습니다. ‘홍합’을 뜻하는 ‘미디예(midye)’와 ‘채우다’라는 뜻의 ‘돌마(dolma)’가 합쳐진 이름으로, 양념한 밥을 홍합 껍데기 안에 채워 레몬즙을 뿌려 먹는 요리입니다. 터키 시내 어디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입니다.

   벨기에도 여느 유럽 국가들처럼 홍합 요리가 인기인 나라입니다. 전채 요리로도, 메인 음식으로도 훌륭한 물 마리니에르가 대표적입니다. 홍합에 화이트 와인 소스를 넣고 조리하는데, 해산물이나 조개류를 화이트 와인으로 익히는 조리법을 ‘마리니에르(Marinière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때는 산도가 살아 있는 무스카델 와인이 제격입니다.

   태국에서는 복잡한 이름을 가진 호이라이팟남프릭파오가 유명합니다. 바지락을 타이 허브 칠리 소스인 남프릭파오로 볶은 요리인데요. 신선한 바질 향과 매콤달콤한 소스가 쫄깃한 조갯살과 잘 어우러지는 별미로 동남아 대표 조개 요리입니다.

   사실 조개를 활용한 음식은 특별히 계절을 타지 않습니다. 따끈하게 먹어도 뜨뜻미지근하거나 시원하게 먹어도 그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이 어디 사라지지도 않고요. 하지만 서늘한 가을밤 왠지 좀 더 자연스럽게 홍합탕 한 그릇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맛있어서 좋고, 간단해서 더 좋은 조개! 하지만 물로 끓이거나 기름에 볶을 때 껍질이 꼭 닫혀 열리지 않는 것은 이미 상해 있는 상태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 사실만 알고 있어도 조개 요리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지요.


글 김신영
일러스트 정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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