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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COLEGIO DE MEXICO

멕시코에 한국인이 도래한 지도 어언 한 세기가 다 되어가고 있다. 멕시코 이민은 한국의 근·현대 해외 이민사에서 단 1회로 끝난 최소 집단이었다. 형식적으로도 4년동안의 계약 노동이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국교는 물론 인적 교류도 전혀 없던 라틴 문화권의 멕시코와 첫 교류가 이를 통해 개시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들 노동 이주자들은 결국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멕시코내 여러 도시로 흩어지거나 쿠바 등 중미 여러 지역으로 재이주를 하게 되고, 한국에서의 후속 이주도 중단됨에 따라 한국과 더불어 잊혀진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이처럼 한국은 20세기 중반까지 국가의 쇠락과 더불어 한동안 멕시코 사람들의 집단 기억 속에 멀어져 있다가 비로서 60년대 이후 이룩한 눈부신 경제발전과 성공적인 올림픽개최 등으로 명실공히 그 발전모델이 학습대상으로 급부상하는 쾌거를 이루게 되었다.

이와 같은 한국 배우기의 열풍은 1994년 본교(EL COLEGIO DE MEXICO-이하 COLMEX로 약칭)의 한국학 개설로 구체화되기에 이른다. 또한 본교의 한국학 개설은 크게는 90년대에 거의 동시에 불어 닥친 양국의 대외 다변화 정책에 힘입은 바 크고 작게는 한국국제교류재단 및 본교의 헌신적 노력에 기인한다 하겠다.

COLMEX의 한국학은 동교의 아시아·아프리카 지역학 연구센터의 대학원 석사과정에 독립학과로 소속되어 있으며, 동 연구소는 60년대부터 서반아어권에서는 유일한 아시아· 아프리카지역 종합연구소로 발전을 거듭하며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의 아시아·아프리카 지역학 연구를 선도해 오고 있다. 한국학 외에도 동남아학, 중국학, 일본학, 인도학, 중동학 및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학이 독립학과체제로 석·박사 과정에 운영되고 부설기관으로 APEC연구프로그램이 있다.

COLMEX는 1940년, 프랑코 총통 시절 스페인의 멕시코 망명 학자들에 의해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최고급 엘리트 양성을 위한 대학원(석·박사 과정) 전문 고등학술 연구기관으로 출발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전체학생의 20% 정도가 외국 유학생이며, 유학생 중 90%는 중남미 국가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어 중남미에서 본교가 차지하는 인문, 사회과학의 비중을 대변해 준다. 중남미에서의 한국학 보급 및 진흥이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에도 불구하고 본교의 이와 같은 특성을 이용하면 결코 불가능한 과제는 아닐 것이다.

타 지역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해관계가 적은 중남미에서의 한국학 보급은 특별한 인내와 끈기가 요청된다. 우선, 전문가의 태부족으로 한국학에 대한 홍보와 관심을 지속적으로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학술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COLMEX에서 개최된 제1차 한-멕 포럼
(사진 왼쪽에서 첫 번째가 필자).

한국학과는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상당한 학술적 성과를 축적해 왔다 하겠다. 우선, 한·멕 포럼의 멕시코측 주관기관으로 제1차 회의를 성공리에 개최한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 경제, 문화, 문학, 역사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학술회의를 한국 및 중남미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속적으로 열어 오고 있다.

학술회의 외에도 문학작품의 서반아어 번역 출간 역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으며, 한국관련 연구논문 출간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타 대학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한국학 공개강좌를 실시하여 한국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본교의 한국학 석사과정 입학을 유도하는 작업 역시 우리의 중요한 연간 활동 중의 하나로 꼽힌다. 중남미 전체에 흩어진 한국관련 연구자를 모아 공동연구 및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 역시 점차적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중남미에서 한국학 보급의 문제는 곧 한국에 대한 국가인식도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한국이 외교 및 통상부분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 일본, 서유럽 일부 국가와는 달리 중남미 및 멕시코에서의 한국의 인식도는 아직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어 결국 한국학을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동시에 한국의 국가 이미지 및 인식도 자체가 동시에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한국학에 노정된 구체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데는 보다 근본적인 한국 알리기 작업이 역동적으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본교의 한국학과가 상대적으로 신설학과임에도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 지고 있지 않아 신규 교수채용, 도서구입, 학생장학금(학비면제 및 월생활비) 지급 등 지출내역이 큰 항목의 예산집행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재정문제는 곧 다양한 영역의 학술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여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한국학 발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현재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문제 외에도 멕시코 및 중남미 현실에 알맞는 한국학관련 교재개발 역시 필수적으로 해결해 나아 가야 할 과제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역 실정에 맞는 한국학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의 연속성 역시 한국학 발전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일 것이다.

이와 같은 산적한 문제 가운데에서도 한국학을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 놓기 위해 교수 및 학생 전원은 앞으로도 계속 매진할 것이며, 언젠가 ‘고생 뒤에 낙이 온다’는 속담의 진실이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오는 그 날이 있을 것을 확신하면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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