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독일에서 맞는 ‘한국의 해’

2005년 독일에서는 ‘한국의 해’를 맞아 전 지역에서 다양한 한국 소개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한국의 해’는 우리나라가 2005년 독일에서 개최되는 주요 국제행사인 베를린아시아·태평양주간 (이하 베를린아태주간, 9.19~10. 2)과 프랑크푸르트도서전(10.19~23)에서 각각 ‘초점국가’ 및 ‘주빈국’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차지하게 됨에 따라 이를 기념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제정하였다. 위의 두 행사 중 재단이 참여한 베를린아태주간은 독일과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베를린 시가 마련한 문화예술, 경제, 과학 분야의 축제이다. 1997년 1회 행사를 시작으로 매 2년마다 개최되었으니 올해가 5회째고, 그동안 일본(1999), 중국(2001), 인도(2003)를 초점국가로 소개한 바 있다. 2주 동안 약 20개국의 아태지역 국가들이 베를린에서 벌이는 행사만 해도 약 250개 이상이며 이를 방문하는 관람객 수는 백만 명에 달한다.
재단은 이번 아태주간을 계기로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문화를 동시에 보여주고자 ‘고구려미술전’과 ‘한국현대미술전’를 기획, 9월23일부터 11월20일까지 베를린동아시아미술관에서 개최하고 있다.
‘고구려미술전’은 고대 동북아시아에서 용맹을 떨친 고구려 시대 유물 전시로, 재단을 비롯하여 국립중앙박물관, 서울대학교박물관, 베를린동아시아미술관 등 한·독 양국 4개 기관이 협력하여 최초로 한국의 고구려유물을 외국에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전시연출에 있어서는 전시품들을 성격에 따라 분류하여 4개의 장소에 분산 배치함으로써 관람객들의 보는 재미를 더하도록 하였다. 먼저 높이 6.39m의 광개토대왕비 모형(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소장, 이하 민화협)과 덕흥리고분 실제크기 모형(민화협 소장), 고분벽화와 고색창연한 토기유물들을 전시관 안팎에서 만나게 된다. 여기에 전시된 고분벽화는 북한과 중국에 위치한 고구려 고분벽화를 그대로 종이에 옮겨 그린 모사도들(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인데, 20세기 전반 고구려 고분이 처음 발굴되었을 당시 그린 그림이므로 오늘날 많이 훼손된 벽화보다 더 많은 내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함께 전시된 고구려 토기들은 국내 고구려 유적지에서 발굴된 문화재(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로서, 모두 수준급으로 알려진 귀한 유물이다. 마지막으로 미술관의 지하 1층 세미나실 앞에는 고구려 금동유물 복제품과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는 패널들을 설치하였다.
‘고구려미술전’이 한국 미술의 시작을 보여준다면 같은 기간에 동아시아미술관 특별전시실에서 개최되는 한국현대미술전 ‘Four from Korea’는 오늘날 우리 미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시이다. 이 전시에 작품을 출품한 김창겸, 오인환, 장영혜중공업, 정연두는 참신한 소재와 독창적인 작업을 인정받아 국제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며, 이번 전시에서 자신들의 대표작품들을 선보였다. 베를린동아시아미술관 관계자는 ‘Four from Korea’가 미술관이 주력하고 있는 젊은 관람객층 확보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9월22일부터 두 전시의 합동 개막식 형태로 개최된 행사는, 한국과 독일측 주요 관계자, 미술관 후원회 회원, 현지 교민 등 400여명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전시를 관람한 사람들은 독일에서 한국은 주로 정치적인 이슈를 통해 접하게 되는 나라였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미술을 처음 접하면서 우리나라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관람객들의 관심 어린 반응과 진지한 평가가 만족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선 문화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모습에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해마다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수많은 국제 문화예술 교류행사를 개최하지만 정작 국제사회에서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는 기초도 형성되어있지 않은 듯하다. 이는 우리 예술계의 국제교류 역사가 주변 아시아 국가에 비해 일천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실질적인 성과 없는 행사를 난발했거나 추진방식에 있어 전문성이 부족했던 탓은 아닌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
한 나라의 대외 이미지 형성에 있어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문화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세계무대를 겨냥한 양질의 컨텐츠 개발, 문화예술에 대한 전략적인 후원, 행정을 위한 국제교류 전문가 양성,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적 뒷받침등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베를린 동아시아 미술관 정문앞에 전시된 광개토대왕비 모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