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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과거의 강렬한 조화

설렘으로 시작된 한국방문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초청으로 8일간의 한국 방문을 위해 2006년 11월 15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사전에 한국에 관한 글도 읽었고 오클랜드대학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동료도 알고 있었지만, 한국이라는 나라, 한국의 역사와 최근 발전상에 대해 필자가 가지고 있던 지식은 제한된 것이었다. 재단측이 마련한 일정은 서울 소재 유수 대학 및 서울과 경주의 역사문화 유적지 방문 등으로 이루어져 필자의 행정적, 학문적 관심과 이상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잘 알지 못하는 나라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방문하다 보면 생생하고, 또 종종 단절된 인상을 받게 된다. 북적이는 서울 도심과 서울을 에워싼 가을산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모습, 서울을 출발하여 동대구를 향해 질주하던 고속철도 밖으로 산업 현장과 농업 생산 현장이 번갈아 스쳐가는 모습, 서울의 최근 역사 속에 일어난 급속한 경제 변화와 그 성과에 대한 인식 등이 그러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에 대한 강한 인상을 받았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한국의 역사 보존과 함께 국내외 방문객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노력, 이를 위해 최근의 경제 발전 성과가 활용된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한국, 한국인

한국에 도착하기 전 필자는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등이 국제 학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대학 캠퍼스를 방문하면서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위한 하부구조의 정도와 질, 그리고 한국 역사에의 참여를 진작시키는 데 그것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명확히 알게 되었다. 연세대학교에서는 한국학도서관을 방문했는데, 도서관측은 자체 출판사업으로 출간된 훌륭한 현대적 서적들을 보여주었다. 또한 연세대학교가 프랑스 고인류학연구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놀라운 선사시대 전시도 관람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미술대생들이 만든 재미있고 기발한 조각물들을 포함하여 현대적인 캠퍼스의 모습이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있는 왕실 고문서보관소의 보물과 멋진 대조를 이루었다. 규장각 장서는 흥미진진한 자료로 가득 차 있으며, 규장각의 설치와 발전을 둘러싼 상황에 대한 김영식 원장의 설명은 조선왕조의 관행에 대한 통찰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경복궁의 전시물에 투영된 왕권 사상, 그리고 약간 다른 관점이지만 청계천문화관에서 기록·보존하고 있는 청계천복원사업은 조선왕조에 대한 나의 이해에 깊이를 더해주었다. 청계천문화관의 우아한 외관은 흐르는 물을 연상시키며, 전시물들은 청계천이 서울의 역사에서 차지했던 역할과 그것을 서울의 심장부에 복원해낸 공학 기술의 놀라운 업적을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현대건축과 기술은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도 훌륭하게 활용되었다. 중앙박물관에는 빛으로 가득 찬 웅장한 복도가 수많은 전시실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전시실들은 경주국립박물관의 전시실과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이 물려받은 값진 문화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떤 전시물들은 한국과 주변국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며, 또 어떤 것들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한국의 문화와 예술에서 무속과 불교 등과 같은 주요 종교들이 차지했던 역할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불교의 영향은 특히 경주와 그 인근에서 두드러졌는데, 불국사와 석굴암과 같은 주요 유적지는 경주 지방의 사찰 유적의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서울과 경주에서 필자를 안내해준 친절하고 박식한 전문 통역사들은 필자가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들 덕분에 방문의 즐거움과 관심이 더욱 커졌으며, 이번 방문으로 한국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한국의 대학 및 문화기관과 더 많은 협력기회를 모색해야겠다는 강한 자극을 받았다.




존 모로 | John Morrow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 문과대학장 | 역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