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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대학, 중동 아프리카의 한국학 메카

한류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중동 사막에까지 불고 있다. 이번 주인공은 어떤 스타가 아닌 ‘한글’이다. 한글, 한국문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의 일환으로 국립 요르단대학에 ‘한국어·실용영어과’가 개설(2006.9.25)되기도 했다. 요르단대학교 교수들은 이제 유럽 일변도의 대학교육을 지양하고 아시아, 특히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 대한 연구와 한국학 강좌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랍어로 강의하는 한국학

2002년부터 교양과목이었던 한국어와 한국문화 수업에 대한 수강 인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국어과 개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구체적인 학과 설립에 대한 실무 작업은 2006년 7월 한국어과 개설에 대한 요청서와 교과과정을 필자가 요르단대학 문과대학장에게 제출함으로써 시작되었고 요르단대학 학장회의, 대학 이사회 심의를 거처 요르단 왕국의 고등교육부는 9월 25일 한국어·실용영어 학사전공을 최종 승인했다.

요르단대학교의 한국어 수업은 1999년부터 이미 실시되고 있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의 방문을 계기로 요르단대학 현대언어과에 한국어 교양과목이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2002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한국학 파견교수로 선발된 필자는 그때부터 한국어와 한국학 강의를 진행했다.

요르단대학 한국어과 신설에는 다음 몇 가지 요인이 상호 작용했다. 우선 동일 한국학 교수가 몇 년간 계속 연장 파견되어 대학에서 연계성 있는 행정 업무를 할 수 있었다. 요르단대학 교수회의는 아랍어로 이뤄지고 모든 행정업무도 아랍어로 진행되므로 아랍어공문을 작성할 수 있는 한국인 교수가 다른 일본어나 중국어 교수들보다 학사 업무를 신속하게 할 수 있었다. 또 한국문화 수업 역시 아랍어로 강의하니 영어에 서툰 아랍 학생들이 쉽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강좌에 수강 신청을 했다.

요르단대학 한국어과 신설에 가장 큰 도움을 준 분은 당시 문과대학장이었던 라자이 알칸지(rajai al-Khanji) 교수다. 자칭 한국통인 라자이 알칸지 교수는 2006년 10월 6일 한국을 가장 빛낸 요르단인으로 선정되어 주 요르단한국대사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요르단대학에서 일본어나 중국어는 아직까지 교양과목이다. 요르단대학에서 한국어보다 일본어 교양과목이 먼저 설치되었음에도 한국어과가 먼저 정식 개설되면서 일본대사관과 그리스대사관 등 다른 외국 공관에서도 해당 국가의 학과를 개설하고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재단의 중동순회강연 프로그램에 요르단대학의 많은 교수와 학생들이 참석해 한국의 경제에 대한
강연에 열띤 관심을 보였다.



아라비아 반도 지역에서의 첫 한국어 학위 과정

2006년 봄 외국어 교양과목 중 일본어는 35명, 중국어는 15명 한국어는 128명이 수강하였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두 차례에 걸쳐 <아랍어로 배우는 한국어와 문화>(1), (2)의 교재 출판을 위하여 요르단대학 출판부에 출판 보조비를 지원하여 준 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어는 요르단대학 학생들에게 ‘배울만한 언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아랍어로 지문이 되어있는 한국어 교재로 인해 수강 신청은 점점 많아졌고, 2007년 봄학기는 한국어 전공과목 이외에 한국어 교양과목으로 ‘한국어와 문화(1)’ 4개 반과 ‘한국어와 문화(2)’ 2개 반이 개설되었다. 사실 ‘한국어와 문화’(1), (2)는 교양과목이고 요르단대학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영어나 한국어만으로 쓰인 교재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대다수 문과대학의 아랍 학생들이 영어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어학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르단대학 한국어과가 신설된 공로는 주 요르단 한국대사에게 돌려야 한다. 한국어 강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한국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쏟아 부었다. 특히 신연성 대사는 요르단대학에서 ‘한국사회사’를 강의했는데 요르단의 젊은 지성들과 대화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하였다(이와 관련하여 중앙일보에서 특집기사인 ‘요르단대학 한국어과 한류 3총사’를 통해 한국어과 개설 의의를 소개한 바 있다).

한국 LG전자의 재정 지원으로 인하여 요르단대학에 2005년 12월 12일 한국학센터가 개원되었다. 한국학센터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자료 지원과 주 요르단 한국대사관의 자료 기증으로 시작되었다. 현재는 아랍 학생들과 교수들의 한국학 도서에 대한 대출이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문화 강좌도 매달 열리고 있다. 2006년 11월 한 달 동안은 요르단 Kotra 관장의 도움으로 한국 영화 CD를 제공 받아 열었던 한국 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한국 영화 감상이 이뤄졌다.

아라비아 반도 지역에서 한국어가 학위 과정으로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르단은 한국처럼 인적자원에 의존하는 국가다. 요르단 국민들이 해외로 나가 벌어들이는 외화와 외국의 차관에 의존하는 나라다. 요르단의 20여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주변 아랍 20여개 국가로 취업을 나가기 때문에 요르단대학에서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수강한 학생들이 주변 아랍국가로 가서 한국학 전파에 기여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때문에 요르단대학 한국어·영어과정은 특화된 강의와 경쟁력 있는 졸업생의 배출을 기대하고 있다. 사실 요르단대학 한국어과는 한국어·실용영어 과정이다. 한국어를 더 많이 공부하기는 하지만 실용영어도 배울 수 있다. 또한 한국어 전공 학생들에게는 컴퓨터가 과외 활동으로 주어져 졸업생들의 취업을 돕는다. 요르단 사람들은 한국이 IT에 강한 나라임을 잘 알 고 있다. 그리고 각 가정마다 한국 자동차 또는 한국 가전제품을 안 산 집이 없을 정도로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다.



▲ 한국어·실용영어과 개설 기념 만찬모임에서 요르단 대학 총장, 부총장, LG요르단 지사장 등
여러 인사들이 학과 개설을 축하해 주었다.



상호간 언어와 문화를 통한 실질적 교류

최근 중동 아랍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다양해지고 있다. 빠른 경제성장에 대한 관심은 점차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한 요르단대학 교수는 일본보다 서울의 지하철 벽면 구성의 아름다움과 잘 짜인 지하철망에 감탄했다고 한다. 반미가 중동 정치에 주요 쟁점이 되면서 동아시아에 대한 아랍인들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던 시기였기에 2006년 요르단대학의 한국어과 개설은 더욱 의미 있는 일로 간주되고 있다. 2007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국제무대 영향력은 아랍국가에서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동 지역에서, 특히 요르단에서 한국어의 인기는 여러 기관과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모아진 것이다. 아랍어로 진행하는 한국 문화 강의뿐만 아니라 아랍어로 번역된 한국드라마 ‘호텔리어’가 아랍 학생들에게 관심을 끌었고 아랍어로 쓰인 Koreana의 글들이 아랍 학생들에게 재미있게 다가갔다. 특히 Koreana는 학생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토론에 크게 도움을 주었다. 이제는 한국문학이 아랍어로 번역되기를 바라는 아랍인 교수들도 많아지고 있고 한국학 중앙 연구원이 기획한 ‘한국역사 바로 알기’도 한국역사 공부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사실 한글의 과학적인 면이나 우수성은 서구에 익히 알려져 있지만, 아랍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아랍인의 한국어 교육에는 1980년대 아랍 국가에 유학한 한국 유학생들의 한국어와 아랍어 대조 연구가 크게 한 몫을 하였다. 대조 연구는 일면으로는 교재 개발과 한국어 수업에도 도움이 되었다. 아랍 학생들에게 어떻게 한국어를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논문들이 아랍인들에 대한 한국어 수업에 활용되었다.

요르단대학 한국학 강좌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한국에서 한국경제와 문화를 전공한 교수들의 강의가 큰 동력이 되었다. 2005년과 2006년 두 번에 걸쳐 요르단대학 문과대학과 경제학과에서 한국학의 저변 확대를 위하여 한국 경제와 역사에 대한 강좌가 이루어졌다. 요르단대학 경제학 교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강의실을 가득 메웠는데 앞으로 한국인이 아랍어로 한국 문화를 강의하는 강좌가 중동 아랍 지역 20여 국가에서 연차 별로 이뤄지면 더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랍인들은 한국인 교수가 아랍어로 강의하는 것을 내심 반긴다. 아랍어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다. 자신들도 표준 아랍어를 잘 못하는데 한국인이 표준아랍어로 강의하는 것을 신기해한다.

한국어 교육의 확대를 위해서는 아랍어로 설명이 되어있는 웹 기반의 동영상 강의가 필요하다.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매년 아랍어로 더빙되거나 자막 처리해 일반 중동인들의 한국에 대한 문화적 갈증을 해갈해 주어야 한다. 요르단대학 한국어·실용 영어과는 한국어 교육이 그 중심에 있으나 한국문화를 포함한 한국학 과목들도 펼쳐져 있어 아랍인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졸업 후 아랍학생들의 취업과 진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중동의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이들 졸업생들을 유치하고 한국의 아랍 관련기관과 아랍어 교육에도 이들 졸업생들이 활용되기를 바란다. 이런 문화교류와 인적 자원의 개발이 활발해지면 한·중동 간의 경제 협력은 물론 문명간의 대화와 인류 공영에도 크게 이바지 할 것이다. 아시아가 서로 통하려면 중동의 호감을 사기 위한 무책임한 선심성 종교 수입이 아니라 상호 간의 언어와 문화 이해를 통한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일주 
요르단대학 한국어 주임교수|중동한국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