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한국어교육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계기를 마련한 시점은 한-베 공식수교가 체결된 1992년 12월 22일부터라고 볼 수 있다. 1993년 국립하노이인사대에서 부전공으로 개설된 한국어과정을 시작으로 한-베 수교 20주년이 지난 현재, 전국 13개 학교에서 약 3천여 명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다. 베트남 내 한국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대단하다. 마치 한국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베트남 전 지역의 주요 텔레비전 채널에서 한국 드라마와 음악이 방송되고 있으며, 외교관계 수립 이후 한국어 구사자 수요가 늘어나 한국어학과의 건설적인 발전을 모색하게 되었다.
한국어학과는 보통 대학 내 동방학부 소속학과로 있지만 2010년 국립호찌민인사대에서 독립학과로 승격된 것을 기점으로, 2012년 하노이 국립외대에서 베트남 대학 중 최초로 한국어학부로 승격된 후 한국어학과와 한국어문학과로 분과되었다. 강좌의 다양화와 전문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등 한국어(학)과의 역량이 기대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 이 밖에도 호찌민과 달랏에 각 1곳, 북부지역 하노이 3곳에 세종학당이 개설되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일반인들에게도 학습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 또한 한국어학당, 한글학교, 문화원, 한국학센터, 기술학교 등을 중심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확대되고 있다.
필자가 몸담은 달랏대학교는 고산지대에 위치한 국립대학임에도 불구하고 2012년 신입생 모집에 한국학과에만 12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들을 전부 수용하는 것이 불가능해 일본어 및 베트남학과로 지원을 유도하느라 신입생 개강일이 10월 중순으로 연기될 정도였다. 이런 현상은 신입생 모집 때마다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달랏대의 한국학과 인기가 이 정도라면 호찌민이나 하노이 대학의 상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학)과의 인기가 이토록 폭발적인 것은 졸업 후 많은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한류 영향과 한국기업의 베트남 진출 및 투자증가로 한국어 구사자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한국어(학)과 졸업생들은 100퍼센트 취업률을 보장받고 다른 전공자들에 비해 급여 수준도 높다고 한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개혁·개방정책을 과감히 진행하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국기업의 활발한 투자를 받고 있어 한국어(학)과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 교원 및 학생 수 증가 등 양적인 성장은 어느 정도 이루었기에 앞으로는 질적인 부분을 보완하는 데 힘쓴다면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룰 것이다. 우선적으로 한국어(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대학교의 전공수업을 통합교육 중심의 커리큘럼(역사, 경제, 문화, 지리등)으로 발전시키고, 학생 수준에 맞는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 전문가와 정부기관이 함께 교재개발을 추진한다면 해외 한국어 교원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이제부터는 가시적인 결과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 및 관련 기관이 앞장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내실을 갖춘다면 베트남 내 한국어(학) 발전은 기대 이상의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