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작가 브렌다 백 선우 인터뷰: “제 책은 제주도에 보내는 연애편지 같습니다.”

People > 작가 브렌다 백 선우 인터뷰: “제 책은 제주도에 보내는 연애편지 같습니다.”
작가 브렌다 백 선우 인터뷰: “제 책은 제주도에 보내는 연애편지 같습니다.”

작가 브렌다 백 선우(Brenda Paik Sunoo)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과거 다양한 매체에서 기자 및 편집자로 활동했습니다. 어린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는 큰 일을 겪으며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됐고, 이후 프리랜서 작가로 전향해 미국, 베트남, 한국에서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오랜 기간 제주도를 오가며 해녀들의 일상을 다룬 포토 에세이를 작업했고, 몇 해 전 남편과 함께 제주도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제주 생활 정착기를 담은 에세이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제주의 문화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집을 짓고 산다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먼저 KF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네 권의 책을 발표하셨는데,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창작의 주제와 소재를 정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나요?

제 첫 번째 책은 <미역국 한 그릇>이라는 슬픔에 대한 회상록이었습니다. 두 번째 책은 시를 곁들인 포토에세이 < 베트남 모멘트>였습니다. 세 번째 책은 <물때-제주 바다의 할머니들>이었고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은 <제주 돌집-달과 함께 치유하며 즉흥적으로 살기>입니다.
  이 모든 책들에는 제가 태어난 고향인 미국과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베트남, 그리고 조상들의 고향인 한국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제 책들은 대개 위로, 공동체 의식 그리고 연민과 공감 등을 주제로 합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 처음으로 ‘즐거움(제주 생활에서 오는)’에 대해 써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책을 출판하는 과정 속에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집을 짓는 건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모험 같은 일이지만, ‘방안의 코끼리’와 같은 미국식 비유처럼 모두가 알면서도 말하기 꺼리는 문제를 마주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제주도와의 관계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해녀에 대해 연구하고 싶어 혼자 처음으로 제주도에 왔을 때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자주 방문하게 되면서 개인적으로도 창작자로서도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2009년 사이에 제주도를 세 차례 방문해서 장기간 체류하며 많은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했고 그들과 가족 같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한국이 제 조상들의 고향이기도 하지만요.
2016년에는 한국 정부가 제 할아버지에게 애국장을 추서한 일이 있었습니다. 과거 대한인국민회(大韓人國民會; 1910년 미국에서 조직된 독립운동단체) 중앙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분의 후손으로서 한국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었고, 이후 미국과 한국 두 나라의 시민사회에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 책은 제주도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같은 것입니다. 이 섬은 제게 영감을 주는 뮤즈이니까요.



제주도에 집을 만들고, 그 건축에 대해 에세이로 표현하는 것이 어떤 경험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단순히 집의 건축에 대해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습니다. 윈스턴 처칠은 언젠가 “우리는 집을 만들고, 훗날에는 집이 우리를 만든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편과 저는 제주 문화를 보존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그러니 저희가 만들고 살아가는 제주 돌집이 하나의 공개적인 메시지인 셈입니다. 돌, 목재, 한지, 진흙 기와, 황토, 마루, 온돌 등 한국적 요소들을 이용해서 만든 예술작품이죠. 물론 가장 큰 기쁨을 주는 건 이 집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추억으로 채워준 가족 그리고 친구들입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기쁨이기에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국 문화의 어떤 특정한 요소가 창작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첫 번째 책 <미역국 한 그릇>을 쓸 때, 자녀를 먼저 떠나 보낸 어머니의 한 사람으로서 제게 위로가 될 만한 한국적인 신앙 혹은 관습이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그것들이 자연스레 제 글에 스며들거나 저로 하여금 삶, 죽음 그리고 다른 세상에 대해 한국적인 태도로 사유하게 만들었습니다.
  <미역국 한 그릇>에서 저는 제게 미역국을 갖다 준 두 명의 부인들에 대해 썼습니다. 한 사람은 제 첫 아들이 태어났을 때 갖다 주었고, 다른 사람은 제 작은 아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갖다 주었습니다. 두 경우 모두 미역국은 어머니에게 영양을 공급하고 힘을 줍니다.
  과거 한국 사람들은 까치들이 함께 울면 손님이 온다고 생각하고, 까마귀는 육체적 세계와 정신적 세계 사이를 오가는 전달자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이런 얘기를 제 첫 번째 책에 썼습니다. 저 세상에 있는 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 같은 것을 찾고 있었으니까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2월과 3월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제주 돌집-달과 함께 치유하며 즉흥적으로 살기>의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입니다. 그 다음 작업으로는 어린이 책을 하나 쓰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복합적인 미디어아트 작업을 하면서 예술의 언어와 산문의 언어, 그 관계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조이 로시타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