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 3기 한라산 원정기
입사 확정 후 제주도에 처음 내려왔을 때 저의 버킷리스트는 오직 한라산 등정이었습니다. 2022년 초 TV 예능을 통해 눈 내린 한라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본 순간부터 한라산 등정은 삶의 목표가 됐습니다. 하루하루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제주도의 일상 속에서 유일하게 삶의 열정을 불타오르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치 이런 의지를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 듯 12월에는 폭설, 1월에는 폭우로 번번이 등반 기회를 놓쳤습니다. 드디어 2월 23일 겨울이 끝나갈 무렵 설산을 보기 위한 마지막 도전을 감행했습니다. 등산 당일 새벽부터 많은 비가 쏟아진다는 소식을 듣고 한차례 불안에 떨었지만, 고작 이런 빗줄기로는 저의 불굴의 의지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눈보라가 심해져 조난의 위기도 겪었지만 동료들과 함께 잘 이겨냈고, 결국 오전 6시부터 이어진 9시간의 고된 산행 끝에 한라산을 정복하고 무사히 하산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오른 에드먼드 힐러리의 명언이 떠올랐습니다. “It is not the mountain we conquer but ourselves.” 저는 오늘도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해 네팔행 항공권을 검색합니다. 혹시 제주도 생활이 무기력하다고 느껴진다면 새하얀 눈이 쌓인 겨울 한라산을 등정해 보길 바랍니다.
해외정책연구사업부 박우진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