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Sap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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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을 능가하는 설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견

                               국은 전체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주어진 플랫폼

                               위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틈새를 메우는 정도의 설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서울 컨센서스나 한류의 모델에서 발견되
                               는 것처럼 기존에 존재하는 두세 개의 모델들을 엮어내는 ‘메타 설

                               계’의 발상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한편 중견국의 설계권력이 효과를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전략은
                               강대국이 설계한 프로그램의 규범적 타당성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

                               러한 맥락에서 최근 중견국 공공외교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규범외교이다. 중견국은 지배 네트워크와는 상이한 대안적 채널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반론을 제기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지배 네트워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구조적 편향을 지적하

                               거나 이러한 행보에 힘을 싣기 위해서 세를 규합하는 전략이 동원될
                               수 있다. 사실 강대국의 일방적 권력을 비판하고 약소국의 동조를

                               끌어낼 수 있는 규범의 힘은 여럿이 나서서 네트워크를 형성할 때
                               더 쉽게 만들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견국이 얻게 되는 공공외교

                               의 효과는 약자의 표준을 세우는 모범국가로서의 이미지이다.

                                  요컨대, 한국과 같은 중견국이 네트워크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서는 노드 차원의 전략을 넘어서는 네트워크의 발상이 필요하다. 네

                               트워크의 발상에 입각한 중견국의 공공외교에서는 개별 매력의 발
                               산 차원을 넘어서 주위의 세를 모으는 집합의 매력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중견국의 네트워크 권력은 네트워크의 구조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을 적절히 활용하는 위치 잡기의 매력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아울러 중견국의 네트워크 권력은 주어진 네트워크






                               60   지구화 시대의 공공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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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화시대의공공외교_개정2판_본문최종.indb   60
          지구화시대의공공외교_개정2판_본문최종.indb   60                                                   2022-05-11   오후 6: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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