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Sapyoung
P. 56

서 이해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러한 개념화는 행위

                               자 차원을 넘어서 ‘구조’ 차원에서 작용하는 권력의 존재를 파악하

                               는 데 둔감하다. 소프트 파워의 개념은 설득되고 매혹되어 자발적으
                               로 따르는 권력의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지만, 구조 안에서 차지
                               하는 위상에서 비롯된 권력이나 싫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

                               야 하는 권력의 메커니즘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인간관계처럼 국가

                               들 간의 관계에도 매력을 느끼고 호감을 갖는 것이 선택사항으로 다
                               가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운명으로 주어지는

                               경우 또는 내가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 주위에 펼쳐진 상황이
                               유리하게 작동해서 그러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김상배 2014a).

                                  이러한 비판은 행위자 기반의 권력 개념만으로는 최근 벌어지
                               고 있는 권력 변환을 제대로 포착할 수 없다는 21세기 권력론의 문

                               제의식과 통한다. 특히 네트워크 이론의 성과를 원용한 최근 국제정
                               치학 분야의 권력론은 단순한 행위자(즉, 노드) 차원을 넘어서 행위

                               자들이 구성하는 관계적 맥락에서 작동하는 권력에 관심을 기울이
                               고 있다. 이는 네트워크에서 비롯되는 권력이라는 의미에서 ‘네트워

                               크 권력(network power)’이라고 부를 수 있다. 네트워크 권력은 노드

                               의 속성이나 보유자원 차원으로 환원되는 권력이 아니라 노드들이
                               구성하는 네트워크 자체의 차원에서 발생하는 권력이다. 그러나 엄

                               밀하게 말하면 네트워크라는 것이 노드와 링크 전체를 포괄하는 개
                               념이라는 점에서 노드 차원에서 발생하는 권력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노드라는 행위자와 네트워크라는 구조를 모두 품는 개
                               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각을 반영한 네트워크 권력의 개념은 세 가지 차원에






                               54   지구화 시대의 공공외교








                                                                                           2022-05-11   오후 6:16:19
          지구화시대의공공외교_개정2판_본문최종.indb   54
          지구화시대의공공외교_개정2판_본문최종.indb   54                                                   2022-05-11   오후 6:16:19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