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Sap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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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막아준 이후에 등판해야 그 진가를 발휘해서 세이브를 올릴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소프트 파워는 원래 하드
파워를 충분히 갖추고 있는 강대국의 사치스러운 고민인지도 모른
다. 따라서 하드 파워도 변변히 갖추지 못한 비강대국이 하드 파워
의 열세를 소프트 파워의 신장으로 만회해보려고 시도하는 것은 어
쩌면 일종의 신기루와 같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소프트 파워에 대한 논의에서 철저하게 그 생성 과정의
비법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것도 소프트 파워를 모방하려는 비강대
국의 시도를 좌절시킨다. 마치 최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
을 사먹을 수는 있지만 그 음식의 조리법에 대해서는 물어볼 수 없
는 상황을 연상시킨다. 음식 재료의 질이나 요리사의 실력에 대한
논의 없이 피상적인 요리 방법에 대한 논의만 무성하다고나 할까?
사실 나이는 권력 논의에서 소프트 파워의 비법을 해부하는 대신에
그것을 적당한 수준에서 얼버무려 제시함으로써 그것이 생성되는
물적, 지적, 그리고 제도적 기반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 만약
에 강대국이 아닌 나라들이 이러한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섣
불리 소프트 파워라는 그럴듯해 보이는 개념만을 가져다 쓰려고 한
다면 오히려 큰 낭패를 볼 우려마저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중견국
공공외교의 잣대가 되는 개념의 개발을 위해서는 소프트 파워의 생
성 공식에 대한 좀 더 면밀한 탐색이 필요하다.
중견국 공공외교의 새로운 잣대를 고민하기 전에 먼저 필요한
것은 ‘중견국(middle power)’이라는 존재적 위상에 대한 인식이다.
중견국이란 강대국도 아니고 약소국도 아닌 국가를 지칭하는 상대
화된 개념이다. 따라서 중견국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관건일 수밖
50 지구화 시대의 공공외교
2022-05-11 오후 6:16:18
지구화시대의공공외교_개정2판_본문최종.indb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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