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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기 미국의 ‘베트남 철수’는 여론이 국가의 외교정책, 특히 군사
정책에 영향을 끼친,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과거 미국 학계와 외교정책 실무자들은 대중이 국제정치나 외
교정책에 관심을 갖거나 각 쟁점들을 충분히 인지하는 것으로 보
지 않았다. 여론에 대한 이러한 회의적인 통념은 ‘아몬드-립만 합의
(Almond-Lippmann consensus)’로 일컬어졌다. 즉, 외교정책에 대한
대중 여론은 다양한 국내 변수나 애국심과 같은 감정적 요인에 의
해 영향을 받기 쉬우므로 일관적이지 못하고 변덕스럽기 때문에 국
가의 대외정책 결정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여론은 외교정책의 지침(lodestar)이 아니고 대중은 교육의 대상이
참고 2-1
아몬드-립만 합의와 저널리스트 립만의
대중의 외교정책 여론에 대한 인식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트남전 이전까지 미국 학계와 외교정책 실무자가 바라
본 대중의 외교정책 여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아몬드-립만 합의(Almond-
Lippmann consensus)’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즉 외교정책에 대한 대중의 판단은 국
내 정치의 다양한 변수에 영향받기 쉽고 애국심이나 민족주의와 같은 감정적 변수
로 인해 일관성을 결여하므로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저널리스트 월터 립만
(Walter Lippmann)은 고전적 민주주의 이론의 핵심 전제인 ‘식견 있고 참여적인 시
민’에 대한 논의가 허황된 것이고 일반 시민은 자신의 일상에만 매진하고 국제문제
에 무지하고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립만은 실제 국제정세와 시민이 생각하는 국
제정세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괴리로 인해 미국의 외교정책이 무지하고 무관심
한 대중여론에 지배받는 것을 우려했다. 미국 정치학자 아몬드의 과학적인 방법을
통한 외교정책 여론에 대한 연구도 이러한 립만의 주장을 지지했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의 외교정책 여론에 대한 동일한 입장은 ‘아몬드-립만 합의’로 일컬어지게 되
었다.
74 지구화 시대의 공공외교
2022-05-11 오후 6: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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