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Sap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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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대통령은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전권(free hand)을 누려야 한다는
것이 과거 미국 엘리트가 공유했던 생각이었다. 게다가 ‘국기 주변
으로의 집결(a rally round the flag)’로 표현되듯이 대중은 전쟁과 같
은 국가 간 분쟁에서 정부의 외교정책을 합리적으로 면밀히 평가하
기보다 대개 감정적으로 지지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인식되었다.
그러나 베트남전과 한국전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을 분석한 존 뮬
러(John Mueller)의 연구는 여론에 대한 오래된 합의에 도전하며 여
론과 외교정책 간 관계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뮬러는 두 전
쟁에 대한 미국 대중의 전쟁 지지도가 전쟁이 지속되면서 함께 증
가하는 전사자 수와 반비례함을 발견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여
론이 전장(battlefield) 정보를 반영하며 체계적으로 형성되고 갱신된
다는(updated)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학계의 여론에 대한 전통
적인 통념과 상반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뮬러의 연구를 시작으로 미
국 정치학자들은 과거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에게 질문하는 방식
이 잘못 설계되었음을 지적했고 학계가 그동안 대중의 외교정책 여
론을 잘못 분석해왔음을 실증적 연구를 통해 증명해보였다(Mueller
1973).
이렇게 베트남전 여론에 대한 뮬러의 연구를 기점으로 이후 외
교정책과 여론의 관계에 대한 인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
었다. 뮬러의 베트남전과 한국전에 대한 여론 연구 이후 대규모 데
이터를 바탕으로 한 수많은 실증적인 후속 연구가 아몬드-립만 합
의를 반박하는 분석 결과를 쏟아냈던 것이다. 예컨대 얼드리치, 설
리번, 볼지더(Aldrich, Sullivan & Borgida)와 같은 미국 정치학자들
은 1972년부터 1984년까지의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대중이 후보
제2장 공공외교의 역사적 이해 75
2022-05-11 오후 6: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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